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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여자 피겨의 역사' 새로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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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연기를 마친 '피겨여왕' 김연아(17.군포수리고)의 환한 얼굴은 속삭이고 있었다. '아무도 넘어설 수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2007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린 23일 도쿄 실내체육관 특설 링크는 '록산의 탱고' 선율에 따라 흐르는 그녀의 연기에 흠뻑 취했다. 연기가 끝나자 전광판에는 71.95점(기술점수 41.49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30.46점)이 찍혔다. 2003년 샤샤 코언(미국)이 기록했던 역대 최고점수(71.12점)를 0.83점 능가하는 점수였다. 2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우승을 자신할 수 있는 점수일 뿐만 아니라, 제 기량을 발휘할 경우 세계 여자피겨 사상 처음으로 총점 200점도 바라볼 수 있는 점수다.

7조에 속한 김연아는 지난해 세계챔피언 키미 마이스너(18.미국)에 이어 36번째로 무대에 등장했다. 아사다 마오(17.일본)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혔던 마이스너는 64.67점을 받아 카롤리나 코스트너(20.이탈리아.67.15점)에 이어 2위로 경기를 마친 직후였다. 김연아는 '언제 허리와 꼬리뼈가 아팠냐'는 듯 밝은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천천히 빙판을 미끄러져 가던 김연아는 트리플(공중 3회전)-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한 점 흔들림도 없는 완벽한 착지였다. 이어진 활주와 비엘만 스핀(다리를 머리 뒤로 들어 올려 손으로 스케이트 날을 잡고 도는 기술), 더블악셀(공중 2회전반), 콤비네이션 스핀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환상적인 연기에 관중은 꽃다발 세례와 기립박수로 피겨여왕을 축하했다.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에 '라이벌' 아사다는 흔들렸다. 쇼팽의 '녹턴(야상곡)'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아사다는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트리플-싱글(공중 1회전) 콤비네이션을 하고 만 것. 나머지 연기는 깔끔하게 마쳤지만 자신의 최고기록(69.50점)에 한참 못 미치는 61.32점에 그쳤다. 김연아보다 10점 이상 뒤진 5위였다. 안도 미키(20.일본)가 67.98점으로 김연아의 뒤를 이었고, 코스트너가 3위를 기록했다.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 함께 경기를 지켜본 김풍렬 대한빙상연맹 피겨부회장은 "동작과 동작 간 연결(트랜지션) 과정이 매끄러웠고 깔끔하게 동작을 펼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고 했다. 한편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 순서 추첨에서 전체 21번째로 출전하게 돼 '라이벌'아사다, 쇼트프로그램 2위인 안도보다 먼저 출전하게 돼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 경기를 펼치게 됐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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