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페테르부르크 시대 열린다/자유시장경제 메카로 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적주도권도 다시 노려
소련 제2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구레닌그라드)가 연방해체 등으로 수도 모스크바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됨에 따라 「러시아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한 힘찬 걸음을 내딛고 있다.
아나톨리 소브차크 페테르부르크시장은 최근 페테르부르크를 내년부터 러시아 최초의 자유경제지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관세장벽을 낮추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시장경제가 살아숨쉬는 세계적 무역항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이다.
소련 군산복합체의 메카로 불리는 페테르부르크에는 소련 군수산업의 70%가 몰려있고,조선·로봇·원자력발전등 첨단산업이 집중돼있다. 또 첨단산업관련 고급두뇌들이 대거 이곳에 집중돼 있어 앞으로 「러시아판 실리콘 밸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그러나 「경제중심지 페테르부르크」에 머무르지 않고 1917년 볼셰비키 혁명후 모스크바에 빼앗겼던 정치적 주도권까지 되찾겠다는 기세다.
페테르부르크 시민들은 자신들의 야심을 꽃피워줄 인물로 주저없이 소브차크시장을 꼽는다. 그는 지난 8월 모스크바에 머무르고 있을때 쿠데타가 발발하자 곧장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 수십만군중의 반쿠데타시위를 선도했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끝나고 풀뿌리로부터의 개혁시대가 도래했다』고 외치는 그는 이제 「모스크바의 옐친」에 맞서는 「페테르부르크의 소브차크」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모스크바 북서쪽으로 약 6백50㎞ 떨어져 핀란드만을 끼고있는 페테르부르크는 1703년 표트르대제에 의해 건설돼 2백여년동안 러시아제국의 수도가 됐다.
1914년에는 페트로 그라드로,다시 1924년에는 레닌그라드로 이름마저 바뀌면서 옛 영화를 모스크바에 넘겨줘야 했다.
지난 8월 보수파 쿠데타실패후 옛이름을 되찾은 페테르부르크는 내친김에 정치·경제적으로도 명실상부한 1등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정태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