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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명칭도 성격도 아직 불투명(소 공동체시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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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독자 군대·화폐 등 원칙만 결정… 핵통제는 미정/영토·구연방부채 배분이 난제
1922년 창설이래 69년동안 계속돼온 소연방이 마침내 종말을 고했다. 그동안 미국과 함께 양대 초강국의 하나로서 전후세계정치를 좌우해온 소련의 몰락은 앞으로 세계사를 크게 바꿔놓을 대사건임이 분명하다. 소연방을 대신해 새롭게 출범하는 독립국가공동체 호는 앞으로 순항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시리즈기사로 엮어 본다.<편집자주>
소연방을 대신해 새로 출범하는 독립국가공동체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독립국가공동체의 앞으로의 조직 및 운영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선 명칭만해도 중앙아시아 회교권 공화국들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19일 제안한 것처럼 「유럽­아시아 독립국가공동체」로 할지,아니면 다른 어떤 이름으로 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지난 8일 벨로루시 브레스트에서 발표된 슬라브 3국의 공동성명과 이후 이들 공화국의 지도자들이 기자회견,성명 등을 통해 밝힌 내용들을 중심으로 추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분명하게 밝혀진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독립국가공동체는 각 참가국의 내정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둘째,참가국가들은 스스로 독자군대를 조직할 수 있으며,유엔에 가입하고 독자 헌법과 독자 경제정책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참가국이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경제정책 등을 추진할 수 있으나,공동체의 통일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운수·통신·환경 등 분야와 군사·우주개발·에너지문제 등은 통합조정기구를 설치,각국의 이해를 조정하고 이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넷째,독립국가공동체가 과거 소연방이나 중앙의 부활 또는 계승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독립국가 공동체본부를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에 둔다.
다섯째,독립국가공동체 참가국을 지역이나 인종적으로 차별하지 않으며 반드시 구소련공화국들로 제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독립국가 공동체를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국가들에도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본 원칙에는 참가국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관심사인 영토문제,구연방자산과 부채의 분배문제 등은 언급돼 있지 않다. 다만 서방,특히 미국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한 핵무기 통제 및 관리,대외부채 및 국제조약의 의무승계 등에 대해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경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공동체 제안국가인 슬라브 3국은 당분간 독자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대외정책에 있어 가능한 한 공동노선을 걸으며 가격자유화 등 주요 경제정책은 사전에 상호 협의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 핵무기를 통제할 통합군 구성이 각 참가국의 독자군대 구성노력과 상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통합군사령관은 각 참가국 지도자 전체회의 결정에만 따르며 주둔지역(참가국) 지도자 명령은 따르지 않토록 돼있다.
그러나 통합군과 핵무기 단일통제에 관해서는 브레스트 선언직후부터그 정확한 의미와 운영방식을 놓고 참가국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화폐·금융정책에서도 슬라브국가(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슬람국가들간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독립국가 공동체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21일 카자흐수도 알마아타에서 독립국가 공동체가 정식으로 출범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통합·조정기구」 구성과 규모·성격·예산규모 등을 놓고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단기적으로는 회복할 전망이 전혀없는 참담한 경제현실을 감안할때 내년 2월쯤 경제실패의 책임을 서로 전가하는 대립과 반목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참가국이 통합군 규모나 운영에 쉽사리 합의할 수 없어,결국 최초에는 핵무기전략군을 제외하고는 발트3국 주둔군,구동유럽주둔군,공동체에 가입하지 않는 구연방공화국 주둔 소련군만으로 통합군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 이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운영·관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황이 안정으로 갈지,아니면 파국으로 갈지가 결정될 것이다.
초강대국 소련이 무너진뒤 나타난 공백을 아직 그 성격조차 불분명한 독립국가공동체가 제대로 메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모스크바 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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