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사측서 2억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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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얼떨결에 받게 됐지 임단협을 잘해 보자고 받은 것은 아닙니다."

22일 울산지법 제102호 법정.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시절이던 2003년 회사와 임단협을 하면서 사측으로부터 현금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기소된 이헌구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제1형사단독 최재혁 판사의 심리로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당초 혐의 사실을 부인하던 입장을 바꿔 돈을 받은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씨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벌어져 사실을 숨기고 싶어 혐의 사실을 부인해 왔다"며 "돈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받은 돈 가운데 1억원은 행상을 하시는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고 1억원은 힘들게 사는 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대가로 파업을 철회하고 임단협을 타결시킨 게 아니냐는 검찰 측 신문에는 "노조는 수평 조직이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개인이 원해서 파업이 철회되고 임단협이 타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파업과 임단협은 돈 받은 것과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이 위원장 시절 타결한 협상안도 다른 해 임단협과 비교해 가장 유리하고 충실하게 타결돼 협상에 소홀하지 않았고 조합원의 권익을 해하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노사 모두에 면목이 없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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