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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에스티 로더 베바쿠아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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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드 라메르'하면 비싼 화장품으로 통한다. 에스티로더.크리니크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갖춘 미국계 화장품 그룹 에스티 로더에서도 최고가 브랜드다. 2001년 국내에 출시한 대표 제품 '크림 드 라메르' 한통(60㎖)이 26만원이다. 지난해엔 260만원대의 에센스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는 걸 압니다. 고객들에겐 죄송하지만 값을 내리기 힘들어요." 미 뉴욕 본사에서 한국을 찾은 앤디 베바쿠아(사진) 연구개발(R&D) 총괄 부사장은 "어떻게 크림이 생산되는지를 보시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 드 라메르를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인 우주 물리학자 맥스 휴버였다. 1970년대에 실험 도중 화상을 입고 피부를 재생해 보려고 고안한 크림으로 알려졌다. 이 크림이 입소문을 타자 휴버 박사는 주변에 조금씩 팔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회사 형태를 갖췄다. 그가 돌아간 뒤 92년 에스티 로더가 이 업체를 인수했다. 휴버 박사의 실험실 캐비닛을 뒤져가며 발효 제조법을 복원한 이가 베바쿠아 부사장이다.

세계 5위의 화장품 그룹 에스티 로더가 왜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걸까. 그는 "생산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나는 해초를 일 년에 두 번 손으로 수확한 뒤 냉장 상태로 뉴욕 연구실로 옮긴다. 거대한 수조 탱크에서 빛과 소리를 조절하며 서너 달 해초를 발효시켜야 크림의 주성분인 발효 원액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너무 대중화하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지 못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한국에선 고가 화장품의 TV 광고가 필수라고 여기는 것 같더군요. 우린 반대예요. 대중 브랜드보다 아는 사람만 쓰는 '작은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비싸고 희소성이 있으면 더 잘 팔리는 명품 마케팅이다.

베바쿠아 부사장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뒤 20년 넘게 화장품과 향수를 만들었다. "화장품 만들기는 요리 같다"는 말도 했다. 10명의 요리사에게 같은 재료를 줘도 다른 요리를 만들어 내듯이, 화장품도 원료 배합에 따라 다른 제품이 나온다는 것이다.

좋은 피부관리법은 뭘까. "한국에는 기초 화장품을 대여섯 가지 바르는 여성들이 많다는데 좀 과한 것 같아요. 피부가 흡수하는 영양분은 한정돼 있습니다." 정말 긴요한 것 하나 바르고, 기능성 제품을 덧칠하면 충분하다는 조언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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