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에 마지막세트 뒤집기 남배구 오륜행 "기사회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마지막세트 (5세트) 11-14.
일본월드컵배구대회 예선리그에서 결승리그 진출의 고비이며 올림픽티킷 확보 여부마저 걸린 독일과의 경기에서 절망적 상태에 몰린 한국벤치의 코칭스태프는 창백해졌다.
파이널세트는 서비스권이 없는 캘리포인트여서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의 공격 한방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독일선수들은 올림픽티킷이 수중에 들어왔다는 안도감에 젖어들었고 관중들은 독일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버리기 않은듯 이순간부터 기막힌 역전드라마가 펼쳐졌다.
승리감에 도취한 독일팀이 볼을 마구 네트에 쳐대는등 범실이 쏟아지고, 마낙길(마낙길)의 적시블로킹까지 먹혀들어 순식간에 14-14로 동점을 이루었다.
이어 하종화(하종화)의 공격과 상대범실을 묶어 눈깜짝할 사이에 17-15, 기적같은 대역전극이 이루어진 것이다.
자리를 뜨던 일본관중들은 마치 일본팀이 이긴 듯 감격적인 장면에 눈물을 흘리는 열광팬도 있었고 단장으로 간 조영호(조영호)전무·이인(이인)감독·선수들은 한덩어리가 되어 코트위에 얼싸안고 뒹굴었다.
서단장은 숙소로 돌아온후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언제 코트위로 뛰어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당시의 감격을 털어놨다.
이감독은 『11-14가 되는순간 이제는 끝장났구나 하고 생각, 오직 기도만 했다』면서 『신이 있다면 이럴때 도와주십시요』라며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이감독이 이같은 얘기를 경기직후 기자회견에서 말하자 일본언론들은 다음날 『이감독이 경기도중 신을 보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언론들도 이날의 승리를 기적같다면서 「한국, 눈물의 대역전승」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올림픽진출의 최대걸림돌이었던 11월24일의 독일전에서, 가뜩이나 마지막세트의 절망적 상황에서 기사회생한 남자배구는 지난5월 오사카 월드리그 일본과의 경기에서 패배했던 그때의 상황을 꼭 그대로 뒤집어놓은 것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과 풀세트 접전속에 한국은 마지막세트를 14-11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었으나 역전패를 당하는 뼈아픈 쓰라림을 겪었었다.
다잡은 대어를 놓친 독일은 의욕을 잃은듯 다음날 훈련을 취소하기도 했다.
결승리그에 오른 한국은 홈팀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먼저 두세트를 내주고 세세트를 뺏어 승리하는 또한차례의 극적인 역전승을 연출해내는 무서운 저력을 보였다.<방원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