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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계절(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도는 신과 그 신을 믿는 인간들간의 영적 교류의 한 형태다. 곧 인간이 신이나 어떤 초월적 존재를 마음속에 불러들여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하는 전형적 종교의례다.
그래서 종교마다 기도행위는 가장 중요한 의식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데 그 목적과 방식은 종교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다.
가톨릭에서는 자신이나 주위사람들에게 필요한 여러가지 은혜를 구하기위해 구도(염경) 혹은 염도(묵상)의 방법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으며,기독교에서는 하느님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감사·찬미와 희구를 드리기 위해 묵상 혹은 통성의 방법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레나 스무이레,또는 백날이나 천날의 기한을 정하고 불보살에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고 비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천도교나 증산교는 수도행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거나 수련의 첫단계로 간주하고 있으며,원불교에서는 기도를 심고라하여 감사나 사죄의 뜻으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기도를 광의로 해석할 때는 유신론적 종교전통에만 고유한 것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종교학에서는 기도를 심리적 현상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혹은 삶의 현상으로 간주하고 있으며,따라서 무속신앙에서의 치성드리는 행위도 기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기도는 종교나 신앙인의 전유물일 수 없고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것이다. 기도는 원하는 바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지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인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원하는 바가 많기로는 이세상 어느 나라 사람도 한국사람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내년의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게 해달라고,남북이산가족들은 통일이 오게 해달라고,돈 없는 사람들은 돈 벌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기도는 대학입시생을 둔 부모와 그 가족들의 기도일 것이다. 문제는 그 원하는 바가 모두 이루어질 수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구상시인은 「기도」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땅이 꺼지는 이 요란속에서도 당신의 속삭임에 귀기울이게 하소서/눈에 비치는 모든 무지개가 그저 당신 앞에 빛을 잃게 하옵소서…」.<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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