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레닌그라드심퍼니와 협연|피아니스트 채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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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탈리아 벨리니 국제콩쿠르 2위 입상소식을 전해와 지난10월 국내 음악계를 기쁘게 했던 피아니스트 채정원씨(27)가 19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소련 레닌그라드심퍼니오키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2번 c단조』를 협연한다.
『제가 협연료를 받으며 연주하는지, 또는 「협연대가」를 치르고 이처럼 중요한 협연기회를 얻었는지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뭔가 잘못된 국내 음악풍토가 몹시 안타깝습니다.』
영국왕립음악원 강사로 재직중인 그는 「한국적 음악상황」에 대해 하고픈 말이 많다. 나이에 비해 유독 폭넓은 음악경험에서 한국음악계에 대한 나름의 분별력과 아쉬움이 꽤나 쌓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5세때 피아노에 손대기 시작, 예고1학년때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의 음악행로에는 눈여겨볼 부분이 많다.
장학생으로서 옥사나 야블론스카야등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사사한 미국(브루클린음대와 줄리어드음악원)·영국(왕립음악원과 이 음악원특별연구과정)에서의 유학생활, 스위스 베른심퍼니등 유수한 교향악단들과의 성공적 협연, 포르투갈 폴토콩쿠르와 이탈리아 팔로마콩쿠르·벨리니콩쿠르등 숱한 국제콩쿠르 입상, 카네기홀 데뷔기회를 가져다준 오디션 통과등….
『콩쿠르 참가경험과 입상경력은 음악활동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연주자로서의 성공을 보강해주진 않습니다. 「콩쿠르는 순간, 좋은 음악은 평생」이란 말도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 연주자부모들 중에는 부끄럽고 무리한 방법으로라도 자녀를 콩쿠르에 입상시키려다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 방법으로 입상해봤자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걸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연주자란 끝없는 노력과 폭넓은 경험 속에서 길러지는 것일뿐 결코 억지로 만들어지거나 그냥 타고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10대에 신동으로 각광받던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20대에 접어들면서 빛을 잃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국제무대에서 덩치큰 서양 남성연주자들과 겨루느라 「힘」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음악이 너무 거칠어지는 듯해 걱정』이라고 겸손해하지만 「힘있는 소리와 거침없는 개성표현이 일품」이라는 평을 듣는 유망주.
레닌그라드심퍼니의 20일연주회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얼린협주곡 D장조』를 협연하는 강동석씨를 포함,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출신연주자들과 유럽무대를 중심으로 실내악 활동을 펴겠다는 꿈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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