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막자…수달 '강제 이주'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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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멸종 위기에 빠진 경남 거제도 구천댐 수달(사진) 일가가 5km 정도 떨어진 연초댐으로 이주한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이곳의 수달 개체수가 워낙 적어 근친교배가 일어날 경우 멸종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초댐으로 수달을 옮기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멸종 위기 동물의 강제 이주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구원이 지난달 초 수달의 배설물, 발자국 흔적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구천댐에 3~4마리, 연초댐에 2~3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천댐과 연초댐은 환경이 비슷하고 모두 식수원으로 잘 관리되고 있지만 연초댐에 어류 등 먹이가 더 풍부해 성체 두마리와 새끼 한두마리로 추정되는 구천댐의 수달 가족이 이사가게 됐다.

연구원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의 이주에 대해 문화재관리청의 허가를 받은 뒤 오는 16일 포획에 나설 계획이다.

6명의 이사팀은 1백만원을 들여 미국에서 새로 수입한 덫 40개와 기존에 있던 덫 20개 등을 동원, 수달을 생포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생포한 뒤에는 새 서식지에서의 적응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전파발신기를 부착해 방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달은 워낙 의심이 많은 데다 주로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활동해 이사팀과의 숨바꼭질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연구원 측은 자칫하면 생포에 몇달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달 복원을 위한 야생동물 이주복원팀은 지난 5월 발족했으며 예산은 올해부터 2년간 5천만원 정도다.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수달 외에 반달가슴곰.호랑이.늑대.표범.여우 등이며 이 중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반달가슴곰과 수달뿐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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