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대표 "국정·총선 택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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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순형(趙舜衡)대표가 5일 호남을 찾았다. 대표 취임 후 첫 지방 나들이다. 발빠른 행보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이 통과돼 국회가 정상화되자마자 "이참에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며 곧바로 다음 수순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날 전북 전주 완산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趙대표는 盧대통령에게 국가 위기 해소를 위한 대대적인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즉각 철회하고▶열린우리당과의 관계를 분명히 설정하며▶측근 비리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청와대와 내각을 즉각 개편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하라며 '국정 쇄신 4개항'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이 4개항을 모두 수용한다면 국가 장래와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 수행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趙대표의 요구는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 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이다.

趙대표는 이날 "대통령을 그만두고 정정당당하게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총재로서 총선을 지휘하든지, 행정부 수반으로 국정에 전념하든지 분명히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盧대통령을 중립지대에 묶어놓고 열린우리당과 총선에서 겨루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요구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특검 재의에 이은 정국의 화두는 盧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라며 "趙대표의 이날 발언도 이에 대비해 미리 자락을 깔아놓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지금 같은 지지도 추세라면 내년 초께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큰데, 盧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게 되면 재통합은 물 건너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개편대회에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박상천.한화갑 전 대표, 추미애.김경재.김영환 상임중앙위원, 정균환 총무.강운태 사무총장 등 2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의원도 부축을 받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민주당이 지지도 1위를 기록한 지난 3일자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가 행사장 주변에 대량으로 뿌려졌다.

趙대표는 본지 여론조사 결과를 거듭 인용하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가 위태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우리 근대사에서 호남이 아니었다면 민주주의는 결코 지키지 못했을 것"이라며 "호남을 기점으로 오늘부터 당세 확장의 길에 본격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앞날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날 도지부 당직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지역 현지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가 1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낙하산 공천은 당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공천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당세 확장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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