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다지 폐간의 배경/러시아공과 암투끝에 손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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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친옐친계 신문과 사옥 공동사용 명령/기자 출입막고 전화 끊어 심한 반발
소련의 대표적인 일간지 프라우다지는 11일 자사가 직면한 위기를 1면 사고를 통해 독자에게 호소하는 한편 이날 정오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프라우다사옥 8층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편집주필인 겐나디 셀레즈노프등 프라우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 공화국 정부관리들이 프라우다에 최근 프라우다 건물과 인쇄시설 등을 러시아공화국 소속 3개 신문과 같이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폐간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이다.
즉 프라우다 사옥에 친옐친계 신문인 「로시야」「로시스카야 가제타」「로시스키예 베도모스티」등 3개사를 입주시키고,인쇄시설도 이들과 공동으로 사용하라는 러시아공화국 정부의 지시가 사실의 프라우다의 정상적인 활동을 정지시키려는 「음모」라는게 이들이 주장이다.
1912년 고블라디미르 레닌이 창간한 이래 공산당의 기관지로 역사를 쌓아온 프라우다지는 지난 8월 보수파 쿠데타 실패후 한동안 발행이 중단되었으나,이후 『반대파 신문이라해서 발행을 중단시키는 것은 언론탄압』이라는 여론에 힘입어 공산당과 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전국일간지로 재출발했었다.
그러나 프라우다와 러시아공화국 사이의 적대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아 이들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가 계속돼왔다.
이번에 러시아공화국 정부가 프라우다의 건물과 시설이 프라우다만의 것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리고,친옐친계신문 입주와 인쇄시설의 공동사용을 명함으로써 현재의 위기가 시작됐다.
가뜩이나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프라우다측은 러시아공화국의 이러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으나 러시아공화국정부는 이를 무시,10일 프라우다 편집국의 전기와 전화선이 단절되고 기자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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