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반대에 이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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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쌀시장개방에 대해 합리적 대안제시 의무를 진 경제학자까지도 입을 다물거나 현실성없는 반대론만 펴고 언론마저 반대론이외에는 지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쌀문제를 다른 시각에서도 생각해보자는 조두영교수의 탁견(11월28일 시평)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중앙일보 2일자(일부지방 3일) 독자광장란에 실린 김형재씨(농림수산부 국제협력과)의 글에 대한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쌀을 관세만으로 보호하는 것이 현 여건상 가능한가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농림수산부 국제협력과는 우루과이라운드(UR)거부가 여건상 또는 상호주의 국제관계 원칙상 가능하다고 보는가. 오히려 더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쌀자유교역 품목화가 무역증진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품목화와 무역량증대는 문제차원이 다르다. UR가 강조하는 것은 자유무역원칙의 준수인 것이다.
셋째, 기초식량에 대한 최소생산기반유지불허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정신이 아니란 것도 옳다. 그렇기에 관세에 의한 보호와 시한부 보조금 지급을 허용한 것 아닌가.
86년에 UR협상이 시작됐는데도 처음엔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고 나중엔 타협없는 반대로 최대 생산기반 마련기회를 놓치고 있는 책임자는 누구인가.
넷째, GATT정신은 실질적 복지증진·개성창달이란 주장도 옳다. 국민적성에 맞는 생산이 비교우위를 갖는법이고 비교우위상품을 생산, 수출해야 실질적 복지도 증진된다.
제값도 못주어 농민을 여위게 하는 쌀을 해마다 과잉생산케해 과식으로 국민건강을 해치고, 낭비와 양특적자로 국민경제를 멍들게 하고, 그러면서도 2백만섬이 넘는 재고미를 썩이기만 하면서 대안없는 개방반대만 부르짖고 있는 농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과식·낭비가 심한 지금도 한사람 하루 쌀값은 5백여원, 4인가족 한달 기준 6만여원에 불과하다(1인당 1백18kg소비, 대만은 85kg). 품질이 미국산 칼로스나 국보로스보다 훨씬 좋다면 2만∼3만원 아끼려고 맛없는 수입쌀을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인당 90석 국내공급을 목표로 수리안전답에서 기계식대농 경영을 하고 품질만 개선한다면 미국쌀이 치명적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농림 수산부·농학자·농경제학자는 실효성 없는 맹목적 반대보다 개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개발, 제시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임종철 <서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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