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병 기대-능력제가 갈등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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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입시철이면 수험생들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낙방에 대한 두려움, 성적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데 대한 낙담, 부모의 과잉 기대에 대한 고민을 느끼게 된다.
이같은 고민이 지나치면 두통·식욕부진·시력장애·기억력장애·불면증등 신체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우울·절망감·정서장애를 동반, 때로는 학업포기·등교거부·가출·약물남용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른바 「입시증후군」-.
중앙대의대 이길홍교수(신경정신과장)가 81년부터 90년말까지 10년간 신경정신과에 입원한 중학교3학년 41명·고교3학년 56명·재수생63명등 1백60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입시병에 대한 임상특성을 분석, 유형별로 예시하고 학부모등 가족들의 대처방안 및 치료법을 담은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이교수의 논문을 통해 「입시병」의 유형과 학부모들의 수험생관리요령 및 치료방법등을 알아본다.
◇불안초조형=입시탈락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입시병 환자의 3분의1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가족의 과잉기대나 수험생자신이 1류대 집착에 빠져있는 경우, 또는 진로에 대한 아무런 결정없이 고3에 진학한 학생, 재수생, 자신의 갈등을 외부로 표출시키지 못하는 내향적 소심형 성격의 소유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증상은 『주위에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것 같다』『임시가 다가오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는 등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며 쓸데없이 집안을 왔다갔다한다.
이 경우 ▲부모는 가급적 비난이나 충돌을 피하고 자녀의 신경질을 당분간 받아주도록 하고 ▲목욕·수영·가벼운 운동등을 시켜 긴장을 풀도록 하며 ▲증세가 심할 경우 전문의와 상담, 항불안제·항정신제를 단기간 투여하거나 상담등 정신치료로 정신적 갈등을 해소해야한다.
◇공허형=시험준비로 그간 즐겨오던 취미나 친구관계등을 포기함으로써 「대상상실」로 인해 허탈감에 빠지는 유형.
이경우 우울증이나 약물남용·등교거부·가출등의 비행형태로 나타난다.
이같은 유형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구체적인 진로와 진학목표를 정하도록 가족들이 도와 주어야하고 ▲친지등 주위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실감각을 되찾게 해주고 ▲성적결과에 따른 보상등을 시도해 보는것이 좋다.
◇슬럼프형=수험생에게 흔히 볼수있는 유형.
대개 일시적 현상으로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므로 가족들이 생활의 변화를 주도록 해야하며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절망형=계속된 성적부진으로 열등감에 빠져 의기소침해지며 자포자기에 빠진다. 이경우 아이에 대한 부모의 부정적 평가가 주원인이다.
대처방안으로는 ▲자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도록하고 ▲농담·유머등으로 웃음을 되찾게 하는등 집안분위기를 명랑하게한다 ▲자살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도록 한다.
◇혼돈형=수험생 자신이나 학부모의 기대수준은 높은 반면 현재의 성적은 좋지 못해 혼란을 겪고있으며 본능적 쾌락욕구는 강하나 현실적 제약이 많아 본능과 양심사이에 갈등이 심한 경우다.
진로설정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간 갈등이 많아 「우선 붙고보자」는 심리에서 안전하향지원을 하지만 곧 후회하고 번민속에 휴학과 진학, 재수를 반복하는 「만년수험생」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이경우 학부모들이 우선 기대감을 낮춰 자녀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학과선택에도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조성이 필요하다. 이길홍<중앙대병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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