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 북 의사가 성과좌우/남북총리 서울회담 잘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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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핵입씨름 예상… 불가침·평화협정도 이견여전/북 대미·일관계 의식땐 진전 가능성
남북은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5차고위급회담을 열어 4차 평양회담에서 만들어낸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틀에 어떠한 내용을 담을 것인지를 놓고 본격절충을 벌인다.
이번 회담에서는 4차회담에서 만들어낸 성과를 토대로 합의서를 완전타결하거나,아니면 실질문제에서 합의를 보다 많이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양측의 입장을 놓고 볼때 합의서채택은 사실상 어려우며 내용면에서도 합의가 더 이상 나오기도 힘들다는게 대화관계자와 대부분 전문가의 시각이다.
부정적 전망의 큰 이유는 북한의 핵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사찰문제에 대해 전향된 의사를 공식·비공식을 막론하고 명백히 표시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회담성과 도출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5차고위급회담에서 기조연설 등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포기와 핵사찰수용을 강력하게 촉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촉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팀스피리트훈련」등 역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돼 회담의 전망은 어둡다.
그러나 핵문제로 인해 회담자체가 난항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은 핵문제때문에 회담이 난항에 빠졌다는 비난을 피하고 「핵문제는 북한­미국과의 문제」라는 종래입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비핵지대화구상을 거듭 피력하는 선에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시 핵문제로 회담을 교착시키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실질문제에서는 남북입장차이가 회담성과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의견차이가 심한 쟁점은 ▲불가침 선언 ▲평화협정체결 ▲신문·라디오개방 ▲상주연락사무처설치 ▲합의서와 기존조약의 관계 ▲3통위원회설치 등이다. 불가침선언문제에 대해 북은 군축문제를,남은 군사적 신뢰구축문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평화협정문제는 북한이 『미국과거론해야할 사항』이라고 기피히고 있다. 우리측은 지난 4차례 판문점 대표접촉때 북한이 「두개의 조선」인정이라고 반발한 서울­평양 「연락대표부」설치 제의를 「연락사무처」로 이름을 바꾸는등 신축성을 보였으나 북측은 여전히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북측은 특히 TV·신문 등의 개방은 북한개방과 체제 와해를 겨냥한 것이라며 반발을 보이고 있다.
북측이 이런 실질적 문제에 대해 끝내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하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당국의 강경한 입장이 기본변수로 작용해 최종합의서채택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될 것이다.
특히 최근 문선명씨 방북건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그늘을 던지고 있다.
당국자들은 북측이 당국간회담에는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서 문교주와 공동성명 등을 발표하는 사실을 두고 「회담에 앞서 당국과 논의해야할 사항들을 일개인과 합의하는 것은 대화에 뜻이 없는 것」으로 간주,북측의 행동에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
회담전망이 부정적인 것만은 물론 아니다.
그동안의 남북실무대표 접촉에서 합의서 전문이나 상호체제 존중,비방·중상중지,파괴·전복 중지,내정불간섭,도로·철도연결 및 이산가족 서신왕래와 상봉추진좡 등에서는 이견접근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의 수교,미국등 대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 절충안을 내와 회담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이 전진된 안을 가지고 나올 경우 우리측도 이에 호응,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북측이 남북양측간의 실질적인 교류를 할 용의가 있느냐는데 달려 있다. 북측이 경협이나 인도적 교류·이산가족상봉등 실질교류에 응하면 우리측도 굳이 북이 싫어하는 언론개방 등을 요구하지 않고 상설연락사무소도 서울­평양설치대신 판문점설치를 양보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회담성과에 대한 전망은 북한이 꺼내게될 보따리가 무엇인가에 달려있다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서가 채택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것은 북측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자세가 점점 남북간의 직접교류에 위기감을 보이고 남북관계개선이 북의 경색체제를 동요시킬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측은 그들의 상황을 타개할 수단이 대내외적으로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남측과의 개선을 뒤로 미루려할 것이다.<안성규기자>
□판문점 4차대표접촉에서 제시된 남북합의서(안)비교
●남북화해
★우리측안:1.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정착될 때 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5조)
2.남과 북은 상호 긴밀한 협의와 연락을 하기 위하여 본 합의서 발효후 6개월 이내에 서울과 평양에 상설 연락사무처를 설치 한다.(7조)
★북한측안:1.북과 남은 정전을 공고한 평화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12조)
2.없음
●남북불가침
★우리측안:남과 북은 불가침의 이행을 확고히 보장하기 위하여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단계적인 군비감축을 실현해 나간다. 이를 위하여 남과 북은 우선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한다.(12조)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
▲일정규모 이상 부대이동,기동훈련 사전통보 및 참관 단교환
▲군인사 상호방문과 교류
▲비무장지대 평화적이용
▲핵무기,화학 및 생물무기 제거 및 군비축소
▲상호군사정보 교환,현장검증,상호감시체제 운영
★북한측안:1.북과 남은 불가침을 확고히 담보하기 위하여 군비경쟁을 중지하고 군사적 신뢰조성과 동시에 군축을 실행한다.(11조)
2.북과 남은 당면하여 우발적인 무력충돌과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하여 쌍방 군사 당국자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운영한다.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설치(13조)
●남북 교류협력
★우리측안:1.남과 북은 신문·라디오·텔리비전 및 출판물의 상호개방과 교류를 비롯하여 교육·문화·예술·종교·보건·환경·체육·과학·기술등 여러분야에서 상호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14조)
2.남과 북은 쌍방 주민의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을 보장한다.(16조)
3.합의서발표후 6개월 이내에 남북통행위원회,남북통신위원회,남북경제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20조)
★북한측안:1.북과 남은 과학·기술·교육·문화예술·보건·체육·출판·보도등 여러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실현한다.(16조)
2.북과 남은 각계 인사들과 동포들의 자유로운 내왕과 접촉을 실현(5조),대표접촉에서 제도적·법률적 장애제거 추가요구
3.없음
●수정 및 발효
★우리측안:본합의서는 쌍방이 이미 각기 체결하여 발효중인 양자 또는 다자간의 조약이나 협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24조)
★북한측안: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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