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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 만연/인종·종교·계층 갈등/미국사회 골치(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색인·동성연애자 살상급증/KKK단등 백인우월주의 기승/LA선 10년새 범죄 22배나 늘어
최근 미국에서 이른바 증오범죄(Hate Crime)가 큰폭으로 증가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정인종이나 종교·성별 등에 대한 증오로 야기되는 이 범죄는 미국이 다양한 인종·종교로 구성된 국가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증오범죄는 미국내 백인·흑인을 가리지 않고 살인·폭행·테러 등으로 인종·종교·계층간 갈등을 나타내고 있어 사회적 범죄성격이 강한 신종범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증오범죄가 가장 빈발하는 지역은 뉴욕·시카고 등 대도시로 그중에서도 인종구성이 가장 다양한 로스앤젤레스가 불명예의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80년 26건에 불과했던 증오범죄 건수가 작년에는 5백70건이나 보고돼 10년동안 무려 22배나 늘어났다.
인종·종교와 관련,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돼온 반유대주의자들의 유대인 대상 범죄도 눈에 띄게 증가,지난 80년 4백89건에 불과했던 유대인 피해가 작년에는 무려 1천6백85건이나 돼 유대인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한 유색인종 인명살상 사례가 작년 한해 20건이나 발생,89년의 3배에 달하는 급증추세를 보였다.
주로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인 KKK단 소행으로 보이는 이같은 추세는 최근 전KKK단 간부였던 데이비드 듀크가 루이지애나주 지사에 출마,당선 직전까지 가는 선전을 보여 미국사회에 충격을 준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게이·레즈비언 등 동성연애자들을 대상으로한 증오범죄 건수가 급증하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전국 게이·레즈비언 특별정책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미국 8대도시에서 증오범죄로 인한 게이 피해발생률이 89년대비 42% 늘어났으며 동성연애자의 44%는 위협·폭행을 당했으며 94%가 희롱당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여러주에서 동성연애자 권리법안 통과로 그들의 범적지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러형태의 증오범죄 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데 있다.
증오범죄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또 피해자가 신고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미국내에서 증오범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데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침체,도덕적인 리더십의 부재,도덕의 붕괴,특정인종 또는 신분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추세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경제침체가 증오범죄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메리칸대의 앨런 크라우트 교수(역사학)는 『미국이 경제적 위기를 당할 때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한 증오범죄가 만연됐었다』면서 최근들어 일고있는 증오범죄 급증사태를 미국 경제침체와 연관시켜 설명했다.
실제로 1837년대 공황전후,1830년대 전체에 걸쳐 미국인들은 물밀듯이 이민오는 아일랜드계·독일계 이민자들 때문에 자신들이 못살게 됐다면서 이들을 박해했으며,이들의 주된 신앙이었던 가톨릭마저 박해하는 현상이 팽배했었다.
또한 1860년대 남북전쟁시,1920년대 경제침체시,1930년대 공황시기,1950년대 전후매카시 시절에도 KKK단을 중심으로한 증오범죄가 많았다.
최근 KKK단의 활동은 축소된 대신 사촌격인 아리안 네이션스,네오 나치 크리스천 아이덴티티 같은 유사단체가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결국 전체적으로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의한 증오범죄는 계속 늘고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에 발생한 20건의 증오범죄 살인사건중 용의자의 절반 이상이 21세 미만으로 밝혀질 정도로 많은 청소년들이 이들 단체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앞으로 미국내에서 증오범죄가 일반화 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의 배경이 되고있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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