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코코넛으로 연습 … '짠돌이' 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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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흑진주' 비제이 싱(44.피지)이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 70)에서 끝난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개막전 우승에 이어 올해 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40세 이후 4년간 무려 19승을 거둬 샘 스니드의 기록(17승)을 간단히 뛰어넘었고, 앞으로도 많은 승수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조국인 피지는 "싱을 미국 대륙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99만 달러를 추가한 싱의 통산 PGA 투어 상금은 52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싱은 PGA 투어 선수 중 가장 '짠돌이'로 꼽힌다.

PGA 투어에서 뛰는 나상욱이 전한 얘기다.

"싱이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 옆 테이블에 앉은 A선수와 B선수는 싱이 팁을 얼마나 줄까를 놓고 내기를 한다. 보통 선수들이 5달러, 손이 큰 필 미켈슨이라면 20달러쯤 주는 레스토랑이다. A선수는 '2달러를 준다'에, B선수는 '1달러를 준다'에 걸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틀렸다. 싱은 팁 한 푼도 주지 않고 식당을 나갔다."

젊은 시절 가난했던 싱은 동전 한푼, 1달러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있다. 싱은 "어린 시절 공이 모자라 때론 코코넛을 가지고 골프 연습을 했다"고 회고했다. 1985년 아시안 투어에서는 스코어카드 오기 혐의로 2년간 자격정지를 당했다. 닉 팔도, 닉 프라이스, 미셸 위 등이 스코어 오기로 해당 대회에서만 실격된 것을 감안하면 싱에 대한 제재는 강했다.

싱은 이후 보르네오의 정글로 들어갔다. 하루 5달러를 받으며 레슨을 했다. 싱은 "그때가 내 인생의 최저점이었다. 정글에 들어가서야 나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프 레슨 외에도 페인트공.목수 등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브리티시 오픈 예선에 참가하려고 영국에 갔을 때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나이트 클럽에서 경비를 서면서 참가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결국 30대에 들어서야 미국 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골프 인생의 후반부인 40대에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한편 최경주는 3라운드 후 등의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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