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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동영상에 뚫린 '무방비 포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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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루 3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드나드는 유명 포털사이트에 동영상 UCC를 가장한 음란물이 여섯 시간 가까이 방영됐다. 해당 포털이 서둘러 이 음란물을 지웠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19일 "성행위 장면이 담긴 1분짜리 동영상이 18일 오후 6시쯤 동영상 UCC 사이트에 올라왔다"며 "오후 11시40분쯤 이를 발견하고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음란물이 올려진 동영상 UCC 사이트인 '야미'는 성인 인증 절차 없이 누구나 접속할 수 있어 해당 동영상의 조회 수는 2만 건이 넘었다. 또 '야후 동영상은 이날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서둘러 동영상을 올린 이용자의 신원을 확보해 음란물 유포 혐의로 조사하는 한편 야후코리아의 관리 책임도 수사하고 있다.

동영상 UCC의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음란물이 네이버의 블로그에 숨겨진 채 18일 동안 방치됐다. 또 판도라TV나 아프리카 같은 동영상 UCC 사이트에서도 강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나 여성이 침실에서 진행하는 개인방송이 방영됐다.

이처럼 음란 동영상 UCC가 걸러지지 않는 것은 포털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취약한 결과라는 지적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동영상 UCC가 인터넷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업체마다 현금이나 경품을 내걸고 UCC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후코리아의 경우 하루 300~500건의 동영상 UCC가 올라오지만 이를 모니터링하는 인력은 45명뿐이다.

야후코리아는 이번에 물의를 빚은 동영상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판도라TV는 하루 5000~6000개의 동영상 UCC가 올라오지만 모니터 요원은 고작 40명에 불과하다. 물론 동영상 UCC는 '금칙어' 등으로 내용물을 거를 수 있는 텍스트파일과 달리 모든 장면을 시청하지 않고는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경희대 NGO학과 민경배 교수는 "동영상UCC 제작자의 윤리의식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동영상 UCC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며 "업체는 최소한 메인화면만이라도 자체 모니터링 후 동영상 UCC를 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의 양준철 미래정보전략본부장은 "음란.폭력성 동영상 UCC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라며 "UCC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하현옥 기자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 제작 콘텐트)=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동영상이나 사진.글 같은 콘텐트.

◆금칙어=인터넷상에서 업체들이 음란물이나 폭력물의 유포를 방지하고 걸러내기 위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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