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손학규 탈당, 이인제 측 "상황 다른데 … 비교하는 건 불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9일 낮 12시 국회 의원회관 3층 엘리베이터 앞.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과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이 마주쳤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이 잠시 화제가 됐다.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거기(손 전 지사) 따라갈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자신이 한국 정치 탈당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1997년 7월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의원은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 이회창 후보에게 패했다. 그해 9월 그는 "약속을 지키려 했으나 새로운 정세가 조성됐고 국민이 나를 불렀다"며 탈당했다. 경선에 패한 후에도 국민적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 의원은 대선에서 19.2%를 득표, 이 후보의 표를 갈랐다. 결과는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탈당 경험이 있다. 당내 경선을 앞둔 2002년 2월 박 전 대표는 당 개혁을 요구하며 경선 불참을 선언한 뒤 탈당했다. 그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해 총재에 올랐지만 대선 직전 복당해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탈당사에 이름이 오른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YS(김영삼 전 대통령)와 경쟁하던 그는 그해 11월 통일민주당을 탈당, 평화민주당을 창당한 뒤 13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 선언을 한 그는 95년 정치에 복귀하면서 국민회의를 창당했고, 97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래서 정치권에선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적 기반과 세력이 확실했던 3김(金) 외에는 탈당해 성공한 정치인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손 전 지사와 비교는 불쾌"=이 의원 측은 손 전 지사의 탈당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을 불쾌해했다. 한 측근은 "당시는 경선을 모두 치른 뒤였고 경선으로 뽑힌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후보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손 전 지사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탈당은 국민의 요구가 있고 요구를 받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