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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키우는 비공개 정치협상/김두우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틀은 대화와 공개다. 여야는 의회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이끌어가고 협상된 내용은 공개돼 여론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10월말부터 진행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한 여야 사무총장 접촉은 40일간 이런 원칙이 깡그리 무시된채 비공개로만 계속되고 있다.
김윤환 민자총장은 협상내용을 그때그때 조금씩 흘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김원기 총장은 아예 함구로 일관하는 실정이다.
공식발표없이 부분적으로 흘려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보려는 민자당측도 문제지만 최종결과가 나올때까지 일체 얘기할 수 없다는 민주당측의 태도는 공개주의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협상중인 내용은 공표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민주당측 주장이지만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정치인의 전유물만이 아닌 만큼 협상과정 자체도 상당부분 공개돼야함은 너무도 당연한 사리다.
국민들은 국회통과때까지 여야가 막후협상에서 뜯어고친 법안에 대해 뒷짐지고 구경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들 법안 내용중 공명선거 보장방법이나 선거구 분·증구,국민들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인상 등은 국민들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김원기 총장은 그러나 협상내용중 일부 새어나온 내용이 보도되면 『의견접근이 된바 없다』고 하거나 『민자당측이 의도적으로 야당을 흠집내려는 것』이라면서도 협상진행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김민주총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여당과 언론이 짜고 야당을 공격하는 공작정치』라는 「극언」까지 했다.
밀실정치의 부도덕성을 앞장서 질타·비난해온 민주당측이 여야 사무총장협상만은 철저하게 밀실타협으로 몰아가면서 협상진전상황의 보도를 「공작정치」운운,매도하는데는 한마디로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날치기파동때 여론의 힘을 업고 여당의 사과까지 받아낸 야당이 밀실거래로 실익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는게 아픈 대목이라면 당당하게 협상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공당의 면모가 아니겠는가.
야당의 침묵이 오히려 뒷거래 의혹설을 부채질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세금으로 주는 국고보조금이 더 필요하다면 국민앞에 떳떳이 협상내용을 공개하고 당당하게 설득해 가는 것이 보다 성숙한 정당의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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