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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 캠페인 ③ 배 둘레를 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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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도 직업병일까.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강력한 위험인자라는 사실을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비만은 생활습관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은 신체활동량에 비례한다. 외근을 하는 영업직과 앉아서 업무를 보는 사무직의 에너지 소모량은 큰 차이를 보이고, 남는 열량이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진다. 중앙일보 건강팀이 서울백병원 비만센터와 함께 새해부터 시작한 '배 둘레를 재자!' 캠페인 세 번째 주제는 '비만과 신체활동량'이다. 신체활동량이 서로 다른 직장인의 비만도를 비교해 문제점을 점검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신체활동량의 차이가 뚜렷한 직무군으로 병원의 간호직과 행정직을 들 수 있다. 조사팀은 간호사 47명과 여성 사무원 18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함께 신장.체중.허리둘레.체질량지수(BMI)를 측정했다. 설문지는 체중과 관련된 식생활과 신체활동량 등 생활습관과 관련된 것으로 모두 27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또 직군별로 각 5명씩 선발해 액티칼이라는 장비를 몸에 착용하고, 24시간 신체활동량과 에너지 소모량을 측정했다. 두 그룹의 연령층은 직장생활 5년차 이내의 젊은 여성들. 주로 미혼이 많아 전체의 60% 이상이 체중감량 시도 경험이 있을 정도로 미용에 관심이 많았다.

◆ 간호직이 더 건강했다=결과는 예상대로 나타났다. 설문 항목의 대부분(식사.수면 등)은 두 직군 간 차이가 없었지만 신체활동량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간호직은 한 시간 이상 걷는 사람이 전체의 43.7%인 데 반해 행정직은 5.6%에 불과했다. 5분 미만을 1점, 15분 미만 2점, 30분 미만 3점 등 활동량을 점수화했을 때 간호직은 4.58로 행정직 3.33보다 월등히 높았다. 일상에서 요구되는 신체활동 정도 역시 간호직이 높았다. 간호직은 중등도 이상 활동하는 사람의 비율이 68.1%였지만 행정직은 88.9%가 가벼운 활동에 머물렀다.

24시간 에너지 소모량을 비교해보니 결과는 확연했다. 간호직이 하루 평균 2061㎉를 소모한 데 반해 행정직은 1673㎉ 소모에 그쳤다. 행정직의 활동량이 간호직의 81%에 불과한 것. 두 직군 간 에너지 소비 차이인 388㎉를 체지방으로 환산하면 월 1.5㎏, 1년으로 계산하면 18㎏이나 된다. <표 참조>

이 같은 결과는 체지방률 측정에서 드러났다. 간호직 체지방률은 24.89%로 행정직(28.05%)보다 3.15%포인트 낮았다. 체지방률이란 몸을 구성하는 지방의 비율.

◆ 신체활동량을 늘리자=이번 조사에서 허리둘레(간호직 71.4, 행정직 71.2㎝)나 체질량지수(20.8, 20.9㎏/㎡)에선 직군별로 차이가 없었다. 체지방률은 높은 데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상 비만도가 비슷하다는 것은 행정직에 저근육형 비만형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저근육형은 건강상의 문제와 함께, 기초대사량이 낮아 요요현상이 심하다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비만을 퇴치하는 '비방'은 수없이 많다. 고가의 비만치료제와 프로그램의 유혹도 거세다. 그러나 원칙은 하나다. '덜 먹고, 많이 소모하는 것'이다.

신체활동량은 비만뿐 아니라 당뇨병.심장병.고혈압 등 성인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선 신체활동량이 줄어들수록 인슐린 민감성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게 3주 동안 쳇바퀴에서 마음껏 달리게 하다가 이틀간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가뒀다. 그러자 인슐린에 의해 근육으로 들어가는 포도당의 양이 30%가량 줄었다. 이는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촉매제인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결국 남는 포도당이 혈액을 떠돌며 혈당치를 올리고, 그 결과 당뇨와 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무직 등 업무가 정적인 사람들은 신체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남는 열량만큼 식사량을 줄여야 할 것이다.

글=고종관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캠페인에 참가해주신 서울백병원 간호사.행정직 사무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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