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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를 휩쓰는 동구의 차도둑떼(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작년 26만대 “실종”/영국등 8개국/폴란드엔 「도난차」 2만대 거리누벼
요즘 서유럽에서는 자동차 도난사고가 크게 늘어 골치를 썩이고 있다. 반면 동유럽은 도난차 암거래가 성행,돈버는 장사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서유럽의 자동차가 동유럽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달초 40대 폴란드인 자동차 거래업자가 독일 함부르크의 한 거리에 세워놓은 자신의 이탈리아제 페라리 스포츠카의 문을 여는 순간 차에 장치된 폭발물이 터져 자신의 차는 물론 옆에 있던 다른차 3대가 파손되고 인근건물 유리창까지 박살나는 폭발사고가 있었다.
독일과 폴란드 당국은 이 사건이 도난차 거래를 둘러싼 폴란드 범죄조직간의 갈등으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2년전 철의 장막이 걷힌 이래 동유럽 여러나라에서 도난차 거래가 부쩍 늘어 대기업화하고 있으며 조직범죄의 온상이 되고있다.
동유럽 출신의 범죄꾼들은 서유럽 여러 도시에서 페라리·아우디·메르세데스 벤츠(독일) 등을 훔쳐 동유럽으로 실어내가고 있다. 한 프랑스 경찰관계자는 서유럽의 차는 트라반트(구동독)·라다(소련)·다키아(루마니아)등 낡고 성능이 뒤지는 자기 나라차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동유럽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한다.
유럽의 보험전문가들에 따르면 89년 동구권과 왕래가 자유로워진 이래 서구 각국의 도난차량 대수는 해마다 30%정도씩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벨기에·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영국·스웨덴등 서구 8개국에서 잃어버린 차는 약 26만대에 이른다고 유럽 보험사 위원회통계가 밝히고 있다. 매년 1천대중 2대꼴로 사라져버리는 셈이다.
이들 차가 어디로 가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9만대가 다른 나라로 실려갔다고 추정한다. 폴란드 경찰은 폴란드 거리를 누비는 차중 2만대는 도난차인 것으로 보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해에만 외제차 밀수업자 1백50명이 체포됐다. 체코슬로바키아·불가리아,그리고 소련 당국도 최근 외국 도난차 암거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서유럽 국가들의 통계를 보면 이들 도난차가 어디서 흘러들어 오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작년에 차량도난사고는 35%늘었으며 벨기에에서서는 올해 32%가 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차량도난 사고는 올들어 20%증가했다.
도난차가 모두 동유럽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차는 상당수가 튀니지·모로코 등 북아프리카로 실려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국차는 좌측통행이 실시되고 있는 파키스탄·카리브연안국등 영연방국가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차도난 붐은 동유럽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국제 차도난 조사위원회의 한 간부는 『외제차 판매상이 없는 동유럽에서 벤츠나 아우디가 눈에 띈다면 그건 뻔한 일』이라고 말한다.
별로 매력이 없는 동유럽제 슈코다(체코)나 라다자동차도 서구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동유럽에서는 자동차 부품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들 차도 훔쳐 분해해 부품을 빼돌리기 때문이다.
경찰·조사관계자·보험사 직원등 전문가들은 차 도둑들이 잘 조직돼 있으며 무자비한 폭력도 불사한다고 말한다. 폴란드내 조직들은 발트해 연안의 그다니스크로부터 남부의 브로츨라프에 이르는 독일과의 국경지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란드 차량절도조직은 차를 훔치기 전에 고객으로부터 선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주문받은 차를 훔치면 밤새 차를 몰아 도난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기 전에 국경을 통과하는 수법을 쓴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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