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에 셋방살이 청산/모스크바 대사관 중심부로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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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멘 통일로 반환한 건물 인수
주소대사관이 드디어 모스크바시 중심부로 이사한다.
주소 한국대사관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동안 모스크바 변두리에서 셋방살이하던 한국대사관이 늦어도 내년초까지 모스크바시 중심부에 위치한 알렉세이 톨스토이 거리의 단독건물로 옮기기로 하고 현재 방배치 설계와 내부개조를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대사관이 이사가는 건물은 얼마전까지 남예멘 공화국이 대사관으로 사용하던 것으로 모스크바에서 가장 긴 줄이 늘어선다는 맥도널드 햄버거가게 근처다.
세계에서 가장 건물을 구하기 힘들다고 알려진 모스크바에서 한국대사관이 시내 중심부에 버젓한 단독건물을 확보할 수 있게된 것은 순전히 남북예멘의 통일 때문이다.
남북예멘이 통일하면서 대사관이 하나 남게되자 통일예멘공화국이 이를 소련당국에 반환하게돼 한국에 기회가 돌아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으며 급기야는 공노명 주소대사와 소련외무부의 담당차관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동안 한국정부와 주소대사관은 소련당국에 대사관 용도의 단독건물을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마땅한 건물이 나타나지 않아 모스크바시 변두리인 굽키나가의 민간아파트에 세들어 살면서 공관업무를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한국대사관을 찾은 재소 고려인 교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소련인들에게서 마저 핀잔아닌 『한국같이 잘사는 나라가 왜 이와 같이 허름한 건물에 사느냐』는 핀잔을 들어왔다.
일부 외국공관들과 소련의 비판적인 지식인들로부터 한국정부는 30억달러나 되는 차관을 제공하면서도 변변한 공관건물하나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교섭력이 약하느냐고 은근히 야유를 받기도 했다.
더군다나 북한대사관은 모스크바대학 근처에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대사관내에 직원숙소를 비롯한 부속건물을 갖추고 위풍 당당히 서 있어 최근 남북한의 위상변화는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대사관측은 장기적으로 우리대사관을 신축하기로 하고 소련측에 대상부지를 요구했는데 소련측이 제시한 여러채의 건물과 부지를 둘러본 끝 우리대사관 터를 북한대사관 인근 부지로 확정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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