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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 「선물」들고 선교가능성 “노크”/문선명씨 왜 갑자기 평양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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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표면적이유는 「평양정상회담」 추진/“대규모 원조” 엄청난 카드 준비설도
문선명씨의 평양방문계획이 통일교의 핵심부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89년부터였으나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는 지난해 4월부터였다.
방문추진이유는 교리상으로는 「참된 사랑과 통일세계실현을 위한 중국·소련에 이은 북한개방」이었지만 구체적으로는 12차 세계언론인 대회의 평양개최 및 주최자로서의 참여를 위한 것이었다.
세계언론인대회는 문선명씨가 설립한 세계언론인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이며 9회때부터는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도 병행 개최됐다.
문씨는 언론인대회의 평양개최를 통해 방북,북한의 문을 열고 동시에 열리는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통해 남북정상회담도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고 통일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11차 세계언론인대회참석차 모스크바에 간 문목사를 수행한 박보희씨는 모스크바대회 이후 7일동안 모스크바에 체류하면서 소련측의 주선으로 북측과 문목사의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을 했다.
또 90년 4월 상순 한상국 당시 워싱턴타임스 부사장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모스크바 장공섭 지사장에게 12차 세계언론인대회의 평양개최여부를 타진했다.
이와 함께 통일교측은 전미국통일교회협회장인 모세더스트 현 세계경제실행협의회(GEAI) 사무총장을 통해 허종 유엔주재 북한대사에게 『개최한다면 상당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허는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통일교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당시 45억달러로 평가됐던 북한의 외채상환을 위한 30억달러 규모의 GEAI명의원조,독일과 일본의 통일교도를 통해 축적된 기계공업기술과 첨단전자기술 및 컴퓨터기술지원,생필품공장설립 및 기술지원 등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더불어 R 카라조 오디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문목사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문선명씨의 의사를 전달했었다.
그러나 북측은 『통일교가 중국 및 소련과 손을 잡고 세계 언론인 대회개최를 명목으로 북한의 문을 열려하고 있다』며 대회개최를 거절했다.
소강상태에 빠졌던 문목사의 평양방문추진이 다시 본격화된 것은 지난 11월16일 북경의 중국대반점에서 열린 「세계평화정상회의」의 평양개최를 위한 제3차 실무회담자리였다.
이 회담에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김일성의 5촌 조카며 대외경제위원회위원장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가 박보희 세계일보 사장에게 김일성·문선명 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문씨를 초청한 것은 통일교가 미국과 일본에 영향력이 있으므로 미일과의 관계개선에 도움을 얻고 ▲반공을 내세우고 있는 통일교의 교주 문씨의 방북을 허용함으로써 북한의 「개방성」을 과시해 한국의 반공법폐지요구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평북 정주가 고향인 문씨는 본부인 최선길씨와 아들 성진씨(45)를 북에 두고 월남했는데 본부인은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아들과 친척 수십명을 문씨와 만나게 해 「북한의 인도주의적인 면」을 선전할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아무튼 철저한 반공주의자 문선명씨와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공산주의사회의 지도자 김일성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큰 흥미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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