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대표 미녀 골퍼 황핑 한국서 '골프 드림' 이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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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몸에 꼭 끼는 티셔츠가 약간 거북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1m75㎝의 늘씬한 몸매여서 세련된 분홍색 옷이 잘 어울렸다.

한국 투어의 문을 두드리는 중국 여자 골퍼 황핑(黃萍.25.사진)은 "내 이름이 핑이니까 핑크색이 잘 어울리는 거예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당당한 신세대 골퍼다.

한국 투어에 외국 선수가 더러는 왔었지만 그녀는 특별하다. 국내 회사(코오롱)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 첫번째 선수기 때문이다. 목표도 뚜렷했다. 박세리가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황핑은 한국에서 골프 드림을 이루겠단다.

황핑은 "한국에 골프 선수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3년 안에 중국의 박세리가 되고 5년 후엔 더 큰 무대인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골프 초창기 한국 여자 골퍼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황핑 역시 캐디(경기보조원) 출신이다. '삼국지'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인 형주(刑州)에서 태어난 그는 키가 커서 고등학교까지 육상 허들 선수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8세에 직장을 찾아 홍콩 인근인 센젠(深?)으로 가서 캐디가 됐다.

새벽부터 캐디 일을 하고 밤에는 낡은 클럽을 휘두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황핑이 소질을 보이자 골프장 측에서 골프만 할 수 있도록 후원했다. 그녀는 지난해 중국 국가대표가 됐고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4위에 오르는데 일조했다.

황핑은 운도 좋다. 캐디가 국가대표가 된 것도 그렇지만 한국에 온 것도 커다란 행운이다.

매니지먼트 회사인 HSMG의 장종환 사장은 "코오롱이 거대 시장 중국을 겨냥하고 긴 안목으로 투자한 '발탁' 성격"이라고 말했다. 골프 실력도 실력이지만 모델 같은 몸매를 가지 것도 의류회사인 FnC 코오롱이 그녀를 발탁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황핑은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지만 아직 중국 여자 골프 수준이 걸음마 단계여서 한국 톱클래스 선수들과는 실력 차이가 크다. 시골 처녀가 상경했다가 영화감독의 눈에 띄어 은막 스타가 된 격이다.

코오롱에서는 황핑의 숙식은 물론이고 대회 출전, 레슨까지 모든 것을 지원한다. 코오롱 측은 사회주의의 골프 레슨과 자본주의 골프 레슨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실력이 부쩍 늘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들이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나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을 보듯 중국인들도 TV 앞에 모여 한국 투어를 하는 황핑을 볼 것이란 기대다.

황핑은 "중국에 팬이 적지 않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면 중국팬들이 대거 응원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외모 뿐 아니라 마음도 고왔다. 황핑은 "부모님이 모두 은퇴했기 때문에 골프로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또 돈을 벌게 되면 가난한 사람들을 적극 돕겠다고도 했다. 그녀는 다음달부터 2부 투어 선발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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