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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구조개편 가속화 포석/6공 최대 군인사의 배경과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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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사적체에 숨통… 중장급도 곧 이동/「9사단인맥」 대거 중용 예상 빗나가
29일 단행된 육군 수뇌부 인사와 이에 잇따라 있을 군 지휘관 이동은 6공 최대의 군인사라는 점 이외에도 이들 수뇌부의 임기가 노태우 대통령 임기이후까지 이어진다는 점 등에서 관심을 모았는데 특히 그 인사방향이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의외의 결과로 나타나 더 주목을 끌고 있다.
노대통령 현역시절 인맥인 세칭 9·9그룹(9사단 인맥)의 대거 등용이 군내부와 일반의 관측이었으나 이 예상은 전혀 빗나갔다.
이같은 인선내용에 대해 군내부질서와 안보환경 등에 비춰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신임 이필섭 합참의장과 김진영 육군참모총장의 선발·기용이 뜻밖이긴 해도 합리적인 인사라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수뇌부의 대대적 개편에 따라 중장급을 포함한 사단장 및 준장보직의 인사가 잇따르게 돼 군은 한바탕의 인사회오리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전체규모는 수백명이 넘게 된다.
이와 함께 이종구 국방장관 및 퇴역하는 이진삼 육군참모총장의 거취도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손풍삼 국방부대변인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점은 「군이 군 다와야 된다」는 시대적 요청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
○…이필섭 2군사령관(육사 16기·대장)의 합참의장 기용은 군의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군구조개편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사령관은 현역 육군대장 7명중에서 육군의 감량과 공·해군 증강을 전력 증강차원에서 지지해온 유일한 4성 장군이었기 때문.
일부에서는 노대통령이 9사단장시절 휘하 연대장으로서 합리적이고 치밀한 지휘로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으며 충남 당진출신으로 TK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발탁의 중요 계기로 꼽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전략구상이 군의 진로와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크게 고려됐을 것이라는 얘기.
여기에 임기를 6개월여 남긴 15기의 이진삼 육군참모총장을 합참의장에 기용할 경우 엄청난 군인사 정체가 야기되고 군내 불만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아무튼 이필섭 대장의 합참의장 기용으로 군구조개편 작업이 가속화될 전망.
○…이번 인사에 가장 의외의 대목은 16기 2군사령관의 합참의장기용과 함께 역시 김진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17기·대장)의 육군총장 기용.
이필섭 합참의장이 군구조개편과 인사질서를 고려한 포석이라면 김진영 대장의 육군참모총장 발탁은 군내부 여론과 대미관계,대연희동 관계가 두루 감안된 것이라는 평가.
김대장의 경우 5공때 각광을 받았고 강골기질때문에 6공출범과 함께 수방사령관에서 한직인 교육사령관으로 밀려나 연합사 부사령관에 기용됐을 때도 「잠정적인 구제」라는 평가가 있어 왔기 때문에 총장레이스에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던게 사실.
김대장은 교육사령관 시절,전역까지를 신중히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는 것이고 때문에 그를 잘 아는 군관계자들은 연합사부사령관이 마지막으로 알고 있었을 정도.
그러나 이런 처지의 김대장이 육군총장에 기용되자 모두가 수긍하는 눈치다.
노대통령이 김대장을 육군참모총장에 발탁한 것은 군내부 선후배·동료간의 신망과 함께 한미 연합사부사령관으로서 주한미군 감축·핵철수·연합사(CFC) 개편 및 지상구성군 사령관직의 한국군 이양 등에 큰 역할을 해냈다는게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물망에 올랐던 동기생 이문석 1군사령관은 한때의 와병이 감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두환 전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의식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 같다.
○…16기 이필섭 합참의장의 등장으로 동기생인 신말업 3군사령관이 전역함에 따라 김동진 국방부정책실장(17기)이 연합사부사령관,김연각 육군참모차장(17기)이 2군사령관,구창회 기무사령관(18기)이 3군사령관으로 승진·이동.
이중 김동진 중장의 연합사부사령관 승진·기용은 역시 한미안보외교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김중장의 경우 안보외교분야에 묶여 군단장을 늦게 지내는 등 그간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이같은 대장급이동에 이어 중장급 이동도 금명간 단행될 예정으로 후임 기무사령관에는 서완수 특전사령관(19기)과 안병호 육군인사참모부장(20기) 등이 거명.
○…이종구 장관의 유임을 예상하는 측은 현재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과 이번 군수뇌부 개편에 이장관의 진언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이유 때문.
이장관은 국방장관의 군통제권 강화를 포함한 군구조개편문제등을 놓고 이진삼 총장과 적지않은 갈등을 빚어왔으며 강력한 합참의장 후보였던 이총장의 탈락은 노대통령의 생각을 암시한게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일각에선 노대통령의 군부에 대한 친정체제가 가능하고 이장관이 북한핵개발 저지·폭격불사론을 발설,물의를 빚는 등 문제점이 없지 않다며 반론을 펴기도 하는데 이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여전하다는게 중론이어서 12월 개각의 큰 관심거리.
또 이진삼 총장의 거취와 관련,이총장이 노대통령의 9공수여단장시절 참모장으로 인연을 맺은이후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에 차기 개각에 국방장관에 등용될 것으로 점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기를 넘긴뒤 입각시킬 것이라는 예상과 전국구 진출가능성까지 얘기되는 등 설이 구구.<김현일·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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