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필요하다면 규제 한꺼번에 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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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경기순환적인 부담(불경기)을 안고 출범했다. 각종 이해집단들의 다양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어려움은 가중됐다.

10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백6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부채탕감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순 없다.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자-채무자 관계'라는 일반적 원칙하에서 해결할 생각이므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설비 투자는 내년 상반기, 소비는 내년 하반기에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위축으로 인한 수요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중 재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다.

산적한 여러 문제 중에서 청년실업.신용불량.부동산투기 문제를 푸는 유일한 답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의 설비 투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 저금리, 20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의 현금 보유(상장사 기준) 등을 감안할 때 모든 투자여건은 기업에 우호적이다. 지난 10월 제조업 가동률도 1997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81%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계속 뒤로 미루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 규제를 50% 줄였다고 하지만 기업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투자라면 한꺼번에 규제를 풀겠다. LG필립스LCD 파주공장은 환경.국방.수도권 집중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지만 이처럼 규제를 한꺼번에 푸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앞으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과거 같은 투자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설비과잉 상태다. 국내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9.2달러로 대만(5.4달러). 싱가포르(7.3달러)보다 훨씬 높다. 고부가가치 산업 이외는 투자의 이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농업 구조조정과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1백19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대부분의 농민단체가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계류 중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 같다. 일본.싱가포르 등과도 FTA 체결을 적극 협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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