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위대 해외파병법안 날치기 통과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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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병 사후승인 기간싸고 「균열」/자민 “2년” 민사 “반년” 고집/여소야대 참의원서 또 파란일듯
제2차세계대전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일본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여는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이 28일 일본 중의원 국제평화협력특별위원회에서 변칙 통과됐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지난 5일 임시국회가 열린이후 이번 회기내 법안통과를 목표로 그동안 공명·민사당과 의견절충을 벌여왔으나 자위대 파병과 관련한 「국회심의」 문제를 놓고 민사당과 의견이 대립,끝내 자민·공명 양당의원만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자·공·민협조노선」을 통해 법안심의·예산통과를 쉽게 하려는 자민당의 국회전략은 이로 인해 붕괴위기에 빠졌으며 PKO 협력법안의 회기내 통과를 목표로한 자민·공명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회·공명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사회·공산·민사·사민연 연합전선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 사회당 서기장은 27일 밤 PKO 협력법안이 날치기통과된 직후 『헌법과 관련한 중대문제를 심의가 불충분한채 강행 통과시킨 것은 언어도단이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앞으로 철저히 항전해 참의원에서 폐안시키겠다』고 밝혔다.
법안통과가 강행된 이날 중의원 제1의원실 주변은 오전부터 『오늘중 법안이 강행통과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하루종일 긴박감이 감돌았다.
심의 막바지까지 쟁점이 된 문제는 『자위대파견에 국회승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민사당의 주장. 오우치 게이고(대내계오) 민사당위원장은 미국의 전시권한법의 예를 들어 『국회승인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라고 원칙론을 펴왔다.
자위대법에도 방위출동의 경우 국회승인을 의무화하고 있으며(제76조),치안출동의 경우 출동한 날부터 20일이내 국회승인을 받아야 한다(제78조)고 돼 있다.
이는 과거 일본이 행정부와 군부의 전쟁개입론을 국회가 막지못해 전쟁의 수렁에 끌려간 경험을 상기,자위대 파견에는 문민통제(시빌리언 컨트롤)장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PKO는 어디까지나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므로 군사력 발동과 다르며,국회승인을 조건으로 할 경우 유엔으로부터 긴급요청이 있을 경우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같은 양자간 견해차를 극복하기 위해 타협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사후승인」. 민사당은 이 방안에 의견이 접근,한때 자·공·민 3당에 의한 합의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6일 밤부터 27일에 걸쳐 「국회승인에 소요되는 기간」을 두고 서로 주장이 맞서 끝내 실패로 끝났다.
자민·공명 양당이 『자위대 파견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경신 및 계속에 관한 승인을 국회에 묻는다』는 수정안을 낸데 대해 민사당은 「사후승인은 반년후」를 고집했다.
자민당은 한때 『그렇다면 1년후로 하자』고 타협안을 내기도 했으나,이번에는 공명당이 『전쟁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계속 주둔여부에 대한 승인이므로 적어도 2년은 필요하다』고 반대,결국 법안통과 강행방침으로 나간 것이다.
일본 정부·자민당은 28일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이어 참의원 심의에 올릴 예정이나 참의원 심의과정에서 또한번 파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여소야대 상태인 참의원에서는 『심의 지연으로 일정의 기일후에 제안된 의안의 경우 계속 심의·폐안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부합의가 돼있어 자민당내에서는 계속 심의 또는 폐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으며,사회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공명당도 법안찬성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PKO법안 강행통과가 이루어진날 국회주변은 「자위대 해외파병 강행반대」의 플래카드를 든 각종 시민단체의 데모가 계속 이어져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이미 배치가 시작된 캄보디아 정권감시를 위한 유엔평화유지군 참가가 예정된 만큼 아시아인근,특히 과거 식민지·전쟁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중국의 경계심은 더욱 커질 것이 확실하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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