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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표 45년만의 서울행 “감격”/서울에 온 북 대표단 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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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예비접촉때 몸치수 재 한복 선물준비/여대표 “고향 팔당 아직도 기억 생생한데…”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서울토론회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 15명은 25일 오전 11시 판문점 중립국감독위를 통과해 남녘에 첫발을 내디뎠다.
여연구 북한최고인민회의 부의장등 세미나에 참석하는 대표 5명은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을 넘어선뒤 대기중이던 이효재씨(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등 우리측 영접위원 5명으로부터 각각 꽃다발을 받고 서로 가볍게 포옹.
특히 46년 이화대생 재학중 월북해 45년만에 남녘땅을 밟은 여부의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도 만감이 교차되는 등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북측 대표단은 도착성명이나 남측대표단과의 환담절차 없이 차편으로 서울로 향했는데 여부의장은 승용차를,나머지 대표들은 버스를 이용.
○…이에 앞서 오전 10시쯤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옆 마당에서 인수인계절차를 밟은 북측화물에는 남측 여성대표들에게 줄 한복등 많은 선물이 포함돼 있어 눈길.
지난 5월에 있었던 동경세미나에서 양쪽 대표들은 이번 서울세미나에서 한복을 교환키로 약속하고 지난번 판문점 예비접촉때 서로 몸치수를 잰 바 있다.
○…북한 여연구 대표는 25일 낮 12시10분쯤 판문점에 마중나갔던 이효재 대표와 함께 검정색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평창동 라마다 올림피아호텔에 도착. 검은색 바탕에 분홍 꽃무늬가 있는 빌로도 한복을 입은 여대표는 우리측 이우정 대표와 영접위원인 이태영(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김현자(전국회의원) 이미경(집행위원장) 장하진(충남대사회학과 교수) 강성혜(집행위문화위원장)씨 등 5명의 영접을 받았다.
○…이에 앞서 북한측 여대표는 서울로 향하는 승용차가 통일로변을 통과할때 동승한 이효재 남측공동대표에게 『내고향이 경기도 양평군인데…어릴적 뛰놀던 팔당 언저리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잠시 회상에 젖기도.
◎여연구 누구인가/몽양딸… 북한여성계 “얼굴”
25일 개막된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서울토론회 북측대표 5명중 단장격인 여연구 대표(66)는 우리에겐 몽양 여운형의 딸로 익히 알려져 있는 북한의 여성계 간판스타.
46년 7월 월북한 이래 만45년 만에 서울땅을 다시 밟은 그는 84년 제네바 IPU총회와 85년 나이로비 세계여성대회에 북한대표로 얼굴을 내보이면서 한국언론에 간간이 알려지기 시작한 인물이다.
현재 그가 북한에서 갖고 있는 공식 직함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부의장,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평양위원회의장,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등. 북한 여성계를 대표해온 허정숙이 담당하던 조국전선 의장직을 물려받으면서 크게 부상하기 시작한 그는 화려한 공식 직함과 함께 김일성 주석에게 개인적인 청탁을 해 수락을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힘있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시대인 1925년 7월 중국 상해에서 몽양의 4남3녀중 네번째,둘째딸로 태어난 그는 29년 몽양이 독립운동중 일본경찰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되자 가족과 함께 고국땅을 밟았다.
여대표는 재동국교·배화고녀를 거쳐 42년엔 1년제 이화여전 부속 농촌지도자양성소에 입학했다. 졸업후 부친의 고향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서국교에서 1년간 교사를 하다 해방과 함께 이화여전 체육과에 재입학 했다.
이후 46년 그가 월북한 동기는 부친 몽양이 해방직후 혼란 속에서 여대표 자매의 교육을 김주석에게 부탁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월북한 자매는 김주석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아 모스크바대학으로 유학했다고 한다.
이후 여대표의 행적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진바 없으나 현재 북에는 동생인 원구와 붕구씨가 생존해 있으며 자녀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문경란기자>
□특별취재팀
▲장남원(사진부) ▲안희창(북한부) ▲김형수(사진부) ▲노재현(정치부) ▲문경란(생활부) ▲고대훈(사회1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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