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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장애/남성보다 여성이 더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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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화·소외감·불안에 시달려/심하면 우울­편집증 일으켜
40∼50대 중년남녀에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갱년기 장애.
갱년기는 누구나 한번은 넘어야 할 인생의 고비이면서도 신체적·심리적인 많은 변화에 직면하게돼 적지않은 고통이 따른다.
마치 사춘기때 어른으로 탈바꿈하는 변화에 갈등을 일으켰듯이 사람들은 갱년기가 되면 노화현상으로 나타나는 흰머리·주름·신체의 기능약화·우울증 등에 충격을 받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허탈감 등으로 번민하게 된다.
갱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중에는 갱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갱년기 증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장기간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도 있다.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갱년기를 맞아 편안한 마음가짐과 건강관리로 증상을 극복하지 못한채 신체적·정신적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심한 경우에는 주위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뿐 아니라 자살로 인생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갱년기 증상은 개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정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고 기간도 1∼2년에서 7∼10년에 걸쳐 나타나는 등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남성의 경우보다 성호르몬의 변화가 급격하며 사회와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심한 소외감을 받는 여성들이 심각한 장애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의 신체적 장애=노화로 인해 성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분비의 변화가 생겨 여러증세가 나타난다.
연세대 의대 박기현 교수(산부인과)는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떨어져 주름이 생기고 눈·귀가 어두워지고 체력이 달리는 일반적인 노화증상과 함께 ▲비뇨생식계 ▲골(bone) ▲심장혈관계 ▲신경계 등에 큰 변화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40세를 넘어서면서 난소가 노화돼 월경불순·불임증상이 나타나고 결국 40대후반이나 50대초반에 폐경에 이른다.
이와 함께 자궁·질·요도·방광 등 비뇨생식계가 위축되고 건조해지며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조금씩 나오는 요실금 증세까지 나타난다.
한편 이 시기에 남성에게서는 발기부전증상이 나타나면서 성기능이 저하되고 성욕이 감퇴된다.
또 골밀도가 약해지면서 뼈가 약해지고 버석버석해져 골절이 생기기 쉬운 골다공증이 발생한다.
심장혈관계 장애로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증가로 관상동맥 질환이 쉽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밖에 갱년기 여성에게서는 특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증세가 나타나고 남녀 모두 초조·건망증·신경과민·불면증 등 신경계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갱년기의 정신적 장애=대개 신체기능이 약해져 건강에 자신을 잃기 시작하면서 오는 불안감,친척이나 동료들의 죽음으로 막연하게만 느껴왔던 죽음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절박감,사회적 지위가 고정되거나 사회와 가정에서의 소외로 오는 한계·허탈·좌절감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증세들이 악화되면 결국 대표적인 갱년기 정신장애로 불리는 우울증·편집증으로 진행된다.
성격이 철저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자수성가한 사람중에 융통성이 없고 성급한 사람이 걸리기 쉬운 갱년기 우울증은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해하고 심한 절망감에 빠지며 사소한 일에도 후회와 죄책감이 크다. 증세가 심해지면 주변사람들을 들들 볶을 뿐아니라 그냥 놓아두면 70%가 자살을 기도한다고 한양대는 의대 김광일 교수(신경정신과)는 강조했다.<이원호기자>
◎갱년기증세 잘 극복하려면/“편안한 마음가짐·건강관리 힘써야”/규칙적 운동·알맞는 취미생활 바람직
갱년기증세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갱년기의 신체적 장애가 성호르몬 결핍이 원인이므로 약물요법이 효과적이다.
특히 에스트로겐요법으로 안면홍조는 거의 완치되고 골다공증도 어느정도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저밀도 콜레스테롤치도 떨어뜨려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비뇨생식계의 위축도 덜 수 있다.
남성의 경우도 호르몬요법으로 성기능위축을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호르몬요법은 자궁암·유방암 발생의 위험성이 다소 있어 선진국에서도 찬반양론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
박기현 교수는 이에 따라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단백질과 함께 칼슘·비타민D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고 주3∼4회 40분∼1시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박교수는 특히 뼈를 강화시켜주기 위해서는 지구의 중력을 받는 운동이 좋다며 수영보다는 조깅을 권장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건강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몸에 무리를 초래해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절제한 식습관이나 음주·흡연·약물남용은 피해야 한다는 것.
정신적 장애는 우선 빨리 자각해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이들 정신적 장애는 초기에 치료하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데도 그냥 방치해둠으로써 자살의 위험성이 있으며 만성화되는 동안 환자 자신의 인생에 큰 손실을 줄뿐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갱년기의 정신적 문제가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즉시 입원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김광일 교수는 강조했다.
특히 환자자신이 우울증과 편집증을 병으로 보지 않으며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기 때문에 강제입원도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갱년기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편안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집착,돈이나 권력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취미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을 시작해 사회생활에 적극 참여하며 때때로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기분전환할 것을 김교수는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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