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UR농산물협상 앞으로 2∼3주가 고비/관심끄는 둔켈 협상토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 “예외없는 개방”에 곤혹/“쌀만은 절대불가” 외교력 총동원 태세
우리의 쌀시장 개방문제가 걸린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이 막바지 기로에 처해 정부가 바짝 긴장,통상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9월말부터 「UR의 연내타결」을 주장해온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둔켈 사무총장은 2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UR 7개분야중 가장 난항을 겪고 있는 농산물분야에 대한 초안의 기본골격을 담은 「협상토의서(working paper)」를 제시했다.
이 협상토의서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예외없는 관세화」를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토의서」가 미·EC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양측합의가 전제됐다면 이번의 토의서가 몇가지 정치적 결정사항만 조정되면 곧바로 협상초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의 토의서 제출이 미국·EC(유럽공동체)가 실무협상에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GATT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EC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는 UR가 연내타결되지 못하거나 결렬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GATT의 초안 제출이라는 변수와 맞물려 앞으로 2∼3주가 마지막 고비가 되고 있다.
19일부터 22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린 미·EC·일본 등 주요 8개국 농무차관회의 도중 제시된 둔켈 사무총장의 초안은 관세율 조정계획등 구체적 수치부분은 빈칸으로 되어있는 초보적인 것이나 예외없는 수입개방을 분명한 지향목표로 공식화했다는 점이 우리정부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다.
결국 쌀·낙농제품 등 자국의 특수성이 있는 소수농산물은 개방(관세화)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캐나다·멕시코·이스라엘과 이같은 입장에 대체로 동조해온 스위스·오스트리아·노르웨이·핀란드의 요구가 배제된 것이다.
GATT의 협상토의서가 대부분의 주요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예외없는 관세화」를 분명히 한 것은 미·EC가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둔켈의 협상토의서는 ▲우리에게 절실한 농업구조조정투자를 허용대상정책에 포함시켰고 ▲EC의 수입농산물에 대한 가변부과금제,미국의 농산물 수입수량제한(웨이버)제 등 선진국의 수입제한조치도 없애도록 해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것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고 문제는 쌀+α에 대한 관세화 예외를 인정받느냐의 여부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의 UR농산물 협상은 「미국·EC가 양보하면 일본도 쌀개방 문제등에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는 일본의 기본입장에서 볼 수 있듯이 미·EC간 합의여부가 관건이다.
미국은 지난 9일 헤이그에서 열린 EC와의 정상회담에서 입장을 완화,농업보조금을 5년간 30%,혹은 6년간 35%만 삭감하자는 안을 EC에 제시해 양자간 상당한 의견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20∼22일 벨기에에서 열린 미·EC 농무차관급 회의에서 감축폭·적용기준연도·미국의 슈퍼301조 폐기문제 등에서 합의를 못이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앞서 EC내 12개국 농무장관들조차 19일 폐막된 회의에서 보조금감축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해결시한을 내년초까지 연기한다고 선언했었다.
우리로서는 이같은 「불협화」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힘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식량기구(FAO) 총회에 참석하고 최근 귀국한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도 『각국 농무장관들과 접촉한 결과 각 나라의 농업이 갖는 특수성이 매우 다양해 농산물의 무차별적인 수입개방요구는 UR협상을 결렬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얻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APEC)회의에서 UR 연내타결 결의문을 이끌어 내는등 미국이 집요한 공세에 나서고 있어 이번 초안을 계기로 우리 정부도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매스컴 일부는 23일 무조건적인 쌀개방 반대라는 전략을 손질해야할 때가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정부일각에서는 5%선의 시장개방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한국에서 쌀이 갖는 경제·정치·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절대 개방할 수 없으며 이를 관철할 여지도 있다』
일본의 경우 농가소득중 쌀의 비중이 4.8%에 불과하나 우리는 28%나 되고 농민의 85%가 쌀농사를 짓는등 한국농업의 상징이어서 일본과도 또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다.<김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