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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경제 동사직전/소 어린이 33% 영양실조(포커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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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식료품 배급제… 암거래 성행/귀환군인 집없어 텐트생활
소련의 올겨울은 사상최악의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소련돕기 캠페인을 벌여 독일은 물론,서방 여러나라에 이를 확산시킨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지는 최근호에서 1년전보다 훨씬 악화된 소련의 참상을 소개했다. 슈테른지가 분석한 소련의 어려움은 ▲식량부족 ▲주택난 ▲의약품고갈 등 서민들의 기본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와 ▲국가재정파탄위기 ▲외환부족 ▲생산 및 수출부진 ▲군의 동요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식량부족. 지난해 2억1천9백만t이었던 곡물생산은 올해 무려 6천2백만t이나 줄어든 1억5천7백만t에 불과하다. 이것마저 수송 및 저장시설 미비와 도난 등으로 이 가운데 20%는 없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겨울 식량부족은 그 어느때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벌써 소련내 일부지역에선 빵과 육류 등에 대해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고 식량의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식량부족과 의약품 고갈로 소련 청소년의 90%가 비타민 결핍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어린이의 3분의 1이 영양부족으로 인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소련의학아카데미연구소는 보고하고 있다.
학생들 가운데 8.5%만이 제대로 발육된 상태며,군에 입대해야할 장정가운데 15%만이 군복무에 적합한 실정이다.
주택부족도 매우 심각하다. 특히 군인 및 군속의 경우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에서 철수한 군인가운데 8분의 1만이 주택을 배정받았을뿐 나머지는 텐트생활을 하고 있다. 오는 94년까지 약60만명의 동유럽 주둔 소련군이 철수할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군내부에서는 「12월 쿠데타설」이 나도는 등 소련군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국가 재정적자도 연말까지 3천억루블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GNP의 15%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련이라는 국가자체의 파산을 의미한다. 공업생산은 전년대비 20% 감소가 예상되며,지난 4월이후 물가는 5백%나 뛰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련은 서방화폐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고 안되는 일이 없는 지옥』이라는 어느 소련 시민의 한탄처럼 미국달러나 독일 마르크화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련 사람들은 달러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다. 젊은 여성들의 매춘이 성행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강·절도사건이 늘고 있다.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이제 「서방세계」로 불리는 폴란드로 몰려간다. 돈 될만한 물건은 모두 짊어진채 폴란드와 소련 국경지대에 형성된 이른바 「러시아시장」에서 이 물건을 팔고 여기서 얻은 폴란드 즐로티화를 다시 달러화로 바꿔 돌아온다.
이들이 들고가는 물건은 보트카나 담배외에도 공구·시계·골동품·성화·의복,심지어 낡은 속옷까지 벗어서 판다.
이곳까지 도착하는 사람은 그래도 「행운아」에 속한다. 국경을 통과하는데 열흘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국경경찰에게 20달러 뇌물만 주면 3일이내에 폴란드에 입국할 수 있도록 「특별수속」을 해주고 있다.
소련인이 외국여행을 하려면 외국으로부터의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데 폴란드를 찾는 이들을 상대로 1건에 1백50루블씩 받고 초청장을 보내주는 신종사업이 폴란드에서 성행하고 있다. 야누시 파데르보스키라는 폴란드인은 지금까지 1천7백53명의 「러시아인 친척」을 초청한 기록을 갖고 있다.
소련인들이 들고오는 물건들은 폴란드 시세보다 엄청나게 싼값이기 때문에 폴란드인들에게도 인기가 좋다.
우크라이나공화국 렘베르크를 통해 폴란드의 프체미슬로 오는 소련인만 하루 5천∼8천명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8만∼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폴란드 정부당국은 밝히고 있다.
유엔 난민위원회는 최근 조사에서 약2천5백만명의 소련인이 외국여행을 원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는데 이들의 주요 희망지는 독일인 것으로 알려져 독일인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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