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새 인기직종으로 부상|여성상대 학원마다 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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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일 오전 서울후암동 「비서학교 코코샤넬(대표김세환)」에서는 전문비서를 지망하는 20대의 젊은 여성 3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정보화시대의 비서들에게 필수과목인 컴퓨터프로그래밍을 교육받고 있었다. 지난달 14일 문을 연 이 「비서학교」의 수강생들 대부분은 대학을 졸업한 뒤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 비서자격시대가 열림에 따라 전문직업인으로서 비서가 되기 위해 찾아온 20대 여성들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꽃꽂이·화장하는 법·직장예절등 통상 비서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져온 내용들뿐 아니라 영어·일어등의 어학과 경영학·기업세무·컴퓨터·행정조직론·속기 등 직장에서, 상사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과목들을 공부한다.
수강생인 염지숙씨(25·여·서울도봉동) 는 대학을 졸업하고 학원강사를 하다 비서가 되기로 결심한 케이스.
현재의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데다 앞으로는 비서직도 외모위주가 아니라 실력과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취업해 결혼후에도 계속 일을 할수 있는 전문직으로 정착할 것으로 판단해 비서강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비서직은 더 이상 「의식있고 능력있는」젊은 여성들이 기피하는 직업이 아니다.
남성들 사이에서 「직장의 꽃」 「코피·카피비서」등으로 불리는가 하면 개인의 능력보다는 미모나 몸매가 우선한다는 그릇된 인식도 사라져 가고있다.
최근에는 「없어도 그만이고 누가 해도 마찬가지인」 직업이 아니라 의사나 교사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결혼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전문직종으로의 비서직을 지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고있다.
기업은 물론 병원·학교·변호사사무실·개인연구실·교회·대사관등 각종 조직의 운영자나 중역들에게 단순히 차나 나르고 타이핑을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중요한 업무의 파트너로서, 창의적인 사무처리능력과 지식을 갖춘 조언자로서 전문비서직을 지원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노동부가 92년부터는 비서직도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을 개정했고, 기업들도 앞으로는 경영합리화 측면에서라도 다양한 능력을 갖춘 전문비서를 선호할 것이 분명해 비서직은 앞으로 복잡한 현대산업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 인기직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비서가 정착된 상태여서 어느 직장에서건 중역들에게 쏟아져 들어오는 홍수같은 정보들을 정리·요약해주고 때로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해주는 중요한 직위로 인식되고 있고 비서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내년초 노동부주관으로 처음 치르게 될 비서자격증 시험은 일본처럼 1∼3급으로 나누어지고 1급은 대졸, 2급은 전문대, 3급은 고졸수준의 학력자를 대상으로 할 전망.
시험과목은 기초상법·경영학·비서학·어학등의 필기와 실기(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타자) 등으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비서학교 코코샤넬」이외에도 서울YMCA와 여성신문교육문화원, 서강대의 국제평생교육원등에서 실시하는 「비서학교」에도 최근들어 부쩍 고학력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서울YMCA의 경우 89년부터 지금까지 5기째 1백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거의 1백%가 취업했으며 여성신문 교육문화원도도 늘어나는 비서직 희망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금년초 문을 열고 2기 비서학교를 운영중이다.
서강대국제평생교육원은 주로 외국인회사에 취업하려는 대졸여성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능통한 외국어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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