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핵 개발 노선 중동 전체 재앙으로 몰고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모하마드 하타미(사진) 전 이란 대통령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정부의 핵 개발 노선을 강력히 비난했다. 1997년에서 2005년까지 대통령직을 연임한 개혁파 하타미 전 대통령이 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에서 전직 지도자가 현직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 방송은 13일 "현 정부의 지나친 강경 노선에 대한 온건.개혁파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입증하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하타미는 12일 이란의 경제일간지 '사나트 바 토시'와의 회견에서 "핵 문제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며 "타협을 해야 미국 등과의 진지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집권 이후 공개적인 발언을 삼갔던 하타미가 이처럼 나선 것은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 2차 제재 결의안 통과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양보를 통해 안보리의 추가 결의안 채택을 막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핵 활동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래를 위한 양보"라고 말했다. 또 "현재의 위기는 이란은 물론 중동 전체를 재앙 속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며 "서방을 자극하지 말고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무분별한 언행을 간접적으로 꼬집었다. 이란과 아랍권 언론들은 "하타미 전 대통령이 핵 문제, 이라크 사태, 이스라엘과의 갈등 등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지도자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이란에선 언론인.지식인은 물론 일부 의원들까지 나서 핵 문제와 관련한 아미디네자드의 대서방 강경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