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4계절 즐거움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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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이 레저 수준을 높인다 = 대학강사 구미정씨(36).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10여년 살다 지난해 귀국한 그는 가끔 콜로라도에서 휴가를 즐기던 때를 그리곤 한다. 가족들이 콜로라도 '베일리조트'나 '윈터파크' 등 4계절 복합리조트를 찾아가 도시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추스리고 가족애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기억 때문이다.
구 씨 가족들은 여름에는 카누나 승마,골프,수영 등을 즐겼고, 겨울에는 스키나 온천을 즐겼다. 리조트 인근 마을회관에 마련된 수영장 물은 겨울인데도 따뜻해서 놀기에 좋았다. 특히 당시 9살, 2살이던 두 아이들이 파도수영장과 실내 미끄럼타기를 하며 즐거워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갔던 콜로라도 리조트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한 곳에서 어른,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언젠가 다시 그 곳을 찾고 싶다는 그는 우리나라에도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4계절 복합리조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음미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국내외에 걸쳐 여유가 생긴 많은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레저에서 벗어나 보다 수준 높은 레저 수단을 찾는다. 한 차원 높은 레저를 통해 인생을 재충전하고 나아가 자신이나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업그레이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려 한다. 사람들은 그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순하게 리조트 공간 등을 빌리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소유의 레저용 고급주거지를 별도로 가지려는 적극성마저 보이고 있다.

◇주거지 개념을 확 바꾸고 있는 '스플리터스(Splitters)' =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최근 '스플리터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스플리터스'란 여유있는 삶을 구가하기 위해 두 곳 이상의 집에서 시간을 나누어 생활하는 사람들을 이른다. '집은 한 곳에만 있다'는 주거 통념을 벗어 던진 사람들이다. 미국의 경우 연령대는 45세 이상 중년층, 계층은 중산층 이상이 많다고 한다. 여유있는 생활을 즐기려는 스플리터들은 두번째 집(세컨드 하우스)의 주요 구매층이기도 하다. 역시 미국 사례지만 구매된 집들 중 36%가 세컨드 하우스였다고 한다.(2004년 NAR 조사자료).
이들은 바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넓고 안락한 공간에서 가족,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려 한다. 거주지를 바꾸어 가며 여가를 즐기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인생의 격'을 높이고자 한다.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는 Y 모(45) 사장은 강릉 해수욕장 근처에 별도의 아파트 1채(32평)를 갖고 있다. 사업 20여년째인 그는 한달에 두어번 쯤 그곳에 가서 쉬고 온다. 아파트를 직원들에게도 개방해 주말이나 휴가때 이용토록 하고 있다. 본격적인 레저 단지에 '두번째 집'을 둔 것은 아니지만 다분히 레저용 공간을 따로 둔 셈이다. 그는 여유가 생기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4계절 복합리조트인 캐나다 휘슬러리조트를 가족과 함께 방문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그 곳에서 유학중이기 때문이다.

◇레저산업의 새로운 총아 '4계절 복합리조트' =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수상스포츠나 하이킹,골프,산악자전거,스키 등 4계절 레포츠를 연중 내내 즐길 수 있는 복합리조트가 인기다. 복합리조트는 고급스러운 숙박시설,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부대시설, 잘 짜여진 레저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보다 여유롭고 풍성한 휴식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스플리터 등)의 갈증을 풀어 주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일년에 한번 떠나는 여름 휴가나 겨울철 스키 여행 같은 일회성 레저 보다 사시사철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레저공간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복합리조트가 두번째 집(세컨드 하우스)을 원하는 이들의 주요 투자처가 되고 있다. 복합리조트는 투자 대상일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열정(스키,수상스키 등)을 보다 손쉽게 채워 주고, 다른 레저 생활(수영장,산책로,보트타기,골프 등)에 대한 접근도 편하게 해 준다. 또 보다 여유로운 생활(레스토랑,어린이 위락시설 등)을 즐기게 해 주고, 전원 생활(친자연 환경,간소하고 질높은 생활 패턴)을 맛보게 해주기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4계절 복합리조트가 이미 그같은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캐나다 휘슬러(Whistler)리조트, 미국 콜로라도의 아스펜(Aspen)리조트와 베일(Vail)리조트 등은 수 많은 스플리터나 레저 애호가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 북쪽 120㎞에 위치한 휘슬러리조트는 모든 시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종합 휴양단지로 스키뿐만 아니라 래프팅,승마 등 4계절 레포츠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리조트다. 스포츠 외에 여행과 오락,문화 활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2003년에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바 있다.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리조트는 2차 세계대전 중 이 지역에서 동계훈련을 받던 미 육군에 의해 연방정부 소유의 국유림을 임차,스키장을 개발한 것이 시초다. 스키장은 고소득층을 주로 해서 성수기인 11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전체 수입의 60%를 벌어들인다. 여름 하계학교,골프장 운영 등에서 40%를 벌어 들여 복합리조트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미국 콜로라도 베일 리조트는 지형과 계절에 구애받지 않은 새로운 경험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해 지난 5년간 여름 리조트 매출을 5배로 향상시켰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체류형 수입 비중을 1992년 42%에서 2003년 69%로 크게 향상시켰다. 미국 전역에 10개의 고급리조트 호텔인 '락 리조트'를 운영하기도 하는 대규모 리조트 전문회사이다.

프리미엄 성태원 기자
사진제공=gettyimageskorea.com/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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