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루마니아에 부는 「임권택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 「임권택바람」이 불고있다.
임감독은 11일 부쿠레슈티 이포리극장에서 개막, 20일까지 계속되는 「한국영화주간」을 김동호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함께 주관하고있다.
임감독은 베니스·몬트리올·모스크바영화에 본상 수상말고도 89년 헝가리와 90년 모스크바의 「한국영화주간」대표로 참가, 루마니아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11일 「한국영화주간」오프닝 작품으로 선정된 임감독의 『씨받이』상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는 루마니아 매스컴기자 및 외신기자 30여명이 참석해 열띤 질문공세를 펼쳤다.
기자들은 임감독이 천착하고 있는 주제인 인본주의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는듯 동양적 소재에 담은 임감독 작품의 휴머니즘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어낼 수 있겠는가에 대해집중 질문했다.
임감독은 이에 대해 『한 영화감독이 취할 수 있는 소재는 그가 자라고 겪어온 환경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인본주의는 영원한 예술의 테마이고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었던 곳일수록 휴머니즘이 갖는 가치는 더욱 빛이 나므로 간단치 않은 역사를 가진 한국은 영화감독에게는 「복」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감독은 또 기자들이 자신의 연출작품이 90편이나 되는데 놀라는 표정을 짓자 『과거 한국의 영화환경이 작가주의가 뿌리내리기에는 산업적으로 영세해 그렇게 됐다』고 설명한 뒤 『그리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나 감독이 어째든 많은 영화를 연출해본 경험이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기자회견후 이포리극장에서 상영된 『씨받이』엔 영화를 보러온 5백여명의 관객들이 극장안을 꽉메웠다.
이현홍 주 루마니아 대사를 비롯, 유학생등 교포 30여명도 참석한 시사회가 끝난후 루마니아 종합대학 유학생이라고 밝힌 도정봉씨는 이곳에 온후 가장 가슴뿌듯한 긍지를 맛봤다고 흥분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시사회는 루마니아 TV TVR가 오후8시 골드뉴스에 전국에 보도했는데 TVR는 14일 임감독과 김사장을 초청, 특집 생방송프로를 마련하기도 했다.
11일 블루버드호텔 중앙홀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리셉션엔 루마니아 영화계인사·루마니아 정부고위관리등 3백여명이 대거 참석, 주 루마니아 한국대사관이 놀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 앞서 루마니아 필름 알렉산드로 마틴 사장은 한국과의 영화교류를 정식 제의해왔는데 우선 이번 영화주간에 나온 영화중 2편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한국영화주간에는 『씨받이』외에 『칠수와 만수』『추락하는것은 날개가 있다』등 7편이 상영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