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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공산당 재기할까/옛이름 볼셰비키당 재탄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실정 70년… 민심 돌리기엔 역부족
지난 8월 보수파 쿠데타 실패후 사실상 해체된 소련공산당이 1952년 이전 옛이름인 전연방 볼셰비키공산당(VKPB)으로 다시 탄생했다. 특히 VKPB 지도자에 강경 보수파 이론가인 니나 안드레예바 여사가 취임,주목을 끌고 있다.
소련언론은 12일 2백여 보수파 공산당원들이 지난 8일부터 1917년 볼셰비키혁명 발상지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서 신당결성작업을 벌인 끝에 화학교수 출신 안드레예바 여사를 대표로 하는 VKPB가 창당됐다고 보도했다.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노동자·농민·지식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소련의 통일성을 수호한다는 것이 VKPB 당강령의 골자다.
지난달 26일 모스크바와 키예프에서 각각 창당대회를 가진 러시아노동자사회당·우크라이나사회당 등 공화국 차원의 공산세력 재결집움직임은 이미 있었으나 연방차원에서 새로운 공산당이 창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KPB는 앞으로 개혁파 일색인 현집권세력과 본격적이고도 공개적인 권력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중에서도 그동안 보수파의 막후이론가로 활약해온 안드레예바 여사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소련공산당 보수파 거두였던 이고르 리가초프 전 정치국원 측근으로 알려진 안드레예바 여사는 88년봄 프라우다지에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제목으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를 통렬히 비판하는 장문의 논문을 발표,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그녀는 익명으로 각종 「반페레스트로이카적 문건들」을 발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드레예바 여사의 사회주의 인식은 이른바 「베토벤론」에 잘 나타나 있다. 베토벤의 작품이 『후대의 서툰 지휘자나 연주자의 잘못으로 불협화음이 빚어졌다고 해 그 작품을 만든 베토벤의 위대함이 의심받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스탈린과 브레즈네프 등 후계자들의 운용잘못으로 생긴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위대한 사상가였던 마르크스­레닌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VKPB창당으로 소련공산당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지난 70여년간 압제와 실정으로 소련전체를 멸망직전까지 몰아간 공산당에 다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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