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어 연세대도 정시 50% 수능 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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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시 규제를 무력하게 하는 2008학년도 대입 전형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연세대는 12일 정시 모집정원의 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 내용의 전형 계획을 발표했다. 서강대도 정시 일반전형의 수능 반영 비율을 높였다. 지난달 28일에는 고려대가 정시 모집 정원의 50%를 수능점수만으로 뽑겠다고 밝혔었다. 수능만 잘 봐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학생부.수능.논술 세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수능과 내신에 등급제를 도입하고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이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학생부 성적은 학교 간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수능은 모든 응시자를 한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수능 등급제 해도 점수로 바꾼다=연세대는 정시 모집 인원의 50%는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이를 위해 각 영역별 수능 등급에 따라 자체적으로 점수를 부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우수 선발은 총점에서 수능 성적과 학생부.논술 성적이 각각 50%씩을 차지했다. 우선 선발이 적용되는 모집 단위도 450명 정도 늘었다. 지난해까지 우선 선발 대상에서 제외됐던 공학 계열이 우선 선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영역별 등급의 점수 환산 방식은 7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정시 모집 인원의 30%를 수능 성적만으로 우선 선발해온 서강대는 정시 일반전형의 수능 반영 비율을 30%에서 40%로 높였다. 두 학교 모두 올해 자연계 정시전형에 논술시험이 도입되며, 반영 비율은 10%로 하기로 했다.

◆수시 수능 적극 반영=연세대는 수시 2차 중 일반 우수자 전형의 50%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면 학생부 반영 비율을 20%로 낮추고 논술 성적(80%)으로 평가해 선발하기로 했다. 각 영역 등급이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 중 인문계는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서, 사회계는 수리(나)영역과 외국어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대상이다. 의.치의예대를 제외한 자연계는 수리(가) 영역과 과학탐구 중 하나는 1등급, 하나는 2등급 이상을 받은 학생들이 대상이다. 서강대는 수시 2차 학업우수자 전형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인문계 2개 영역 2등급 이상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상으로, 자연계 1개 영역 2등급 이상에서 2개 영역 2등급 이상으로 높였다. 두 학교 모두 1학기 수시모집을 폐지했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연세대는 내신과 수능의 실질적인 반영 방식은 7월 확정할 예정이지만 내신과 논술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처장은 "원래 연세대는 논술의 실질 반영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정시 모집에서 연세대에 지원할 수 있는 학생그룹인 내신성적 1~4등급 간 점수 차이를 크게 두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전형에서 내신의 영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복안으로 연세대는 수시 1차에서 250명 정도를 학생부 성적(90%)과 면접만으로 뽑는 '교과 우수자'전형을 신설했다. 서강대 역시 학생부 성적만으로 뽑는 '학교 생활 우수자' 전형을 새로 도입했다.

숙명여자대학교도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 인원을 2008학년도에는 382명(2007년 105명)으로 늘렸다. 이 같은 학생 선발 방식은 주요 대학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기본적으로 전형 방식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시에서는 수능의 비중을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박제남 입학처장은 "정시 모집 인원의 절반을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특정 요소를 강조했다기보다는 전형 방법이 다양화된 것이라고 본다"며 "전체 흐름에서 교육부가 제시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장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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