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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수출|전자부품 개발못해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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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동차」하면 누구나 기계공업을 연상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자동차는 기계뿐 아니라 전자·철강·화학·환경등 각종 산업의 복합체로 바뀌어 가고있다.
전자장치를 부착, 자동차 스스로 생각하는 기능을 갖추고 철강·화학분야에서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보다 가볍고 보다 값싼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는 더이상 「굴러다니는 기계」가 아닌 것이다.
경쟁력 약화로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도 최근들어 기계공업적 측면에서의 기술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이 부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산화율 90∼98%>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그동안 전자관련 부품개발에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전자업계는 가전중심으로 이루어져있고 자동차등 기계산업과 관련된 전자부품 산업은 거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4∼5년전에 미·일등 선진업체들이 개발, 양산하고있는 컴퓨터 엔진제어장치·연료분사 제어장치·자동브레이크시스팀(ABS)등을 아직껏 외국에서 사다 쓰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승패는 전자장비에 달려있다』고 말할 정도로 전자부품산업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자동차 업계가 주장하는 평균 국산화율은 90∼98%에 이른다. 국산화율 자체로 본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대부분 첨단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문제다. 대우자동차 르망의 경우 국산화율(가격기준)은 89%다. 6백만원의 차값중 외국부품값이 66만원인 셈이다.
부품별로는 독일 보슈사제품인 TBI컨트롤(연료분사장치)이 9만원선, 싱가포르 GM사의 ECM(전자엔진제어장치)이 15만원등이다.
고급차종일수록 부품수입은 더욱 늘어 대우 슈퍼살롱과 임페리얼에 장착되는 ABS는 독일산으로 70만원에 달한다.
오토미션(자동변속기)을 장착했을 경우에는 여기에 50만원정도의 일본산부품값이 더 매겨진다.

<선진국 수준 못따라>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각종 첨단 장비의 대부분은 일본마쓰다 제품이다. 국내자동차업체중. 가장 자체기술이 앞섰다는 현대자동차 역시 컴퓨터엔진 제어장치의 일부와 ABS는 외국에서 사다 쓰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관계자는 『국내자동차업계가 기계적인 측면에서의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최근 l∼2년사이 일본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자동차의 전자화에는 우리업체들이 크게 뒤떨어져 있다』고 실토했다.
일본등 선진자동차업체들이 후발외국업체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가며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도 지난해말 자동차 5사와 정부가 출연, 자동차부품 기술연구소를 발족했지만 아직 전자관련장비에 관한한 초보단계다.
대자자동차는 계열사인 대우기전이, 현대는 현대전자가 자동차 관련부품개발에 뒤어들었다.
대우기전은 컴퓨터엔진 제어장치의 일부를 생산해내고 있다.
현대그룹이 주력기업선정 당시 뒤늦게 현대전자를 추가한 것도 자동차관련 전자장비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미국의 자동차 관련전자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앞서나가고 있다.
자갈길등 노면의 상태가 고르지 못한것을 스스로 감지해 차체를 위로 올려주는 전자 장치, 앞바퀴가 45도 이상 회전하면 뒷바퀴가 적당량 회전해줌으로써 회전시 차의 쏠림을 막아주는 4륜조향시스팀이 이미 선을 보였다.
뒷좌석에 사람이 너무 많이 타면 차의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옮겨주는 LSV장치도 개발됐다.
또한 운전자가 졸음이 올 경우 핸들을 잠는 힘이 느슨해지는것을 감지해 경고음이 나오는 장치, 운전석에 장착된 센서가 술냄새를 맡아 시동이 안걸리게 하는것도 있다. 위성통신시스팀과 연결, 시내지도가 화면에 나와 길을 안내해주고 운전자의 지문을 기억해두었다가 기억한 지문에 의해서만 시동을 걸어주는 장치도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화학분야도 아득해>
화학산업쪽의 연구는 기존 알루미늄 엔진보다 마모도 덜되고 가벼우면서도 열효율이 높은 세라믹 엔진이 있으며 철강분야에서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고장력 강판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한 액체 페인트가 아닌 분말페인트로 차의 외관을 훨씬 미려하게 만드는 기술도 나왔다.
국내업체로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연구를 해야 개발해 낼수있는 것들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자동차의 수출가격은 점점 오르고있다.
88년만 해도 미국시장에서 국산자동차의 가격이 동종의 일본차보다 평균22%가 쌌지만 89년에는 l4%, 90년에는 10%로 좁혀졌으며 올들어서는 8.4%로 더욱 좁혀졌다.
현대자동차 엑셀의 경우 지난해 6월 미국시장 판매가격이 5천8백99달러였으나 올해 6월에는 6천3백75달러로 인상돼 경쟁차인 도요타 터셀과의 가격차이가 2백13달러(15만원수준)로 축소됐다.
내놓을만한 새로운 장착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값만 올라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우자동차 기획협력부의 최찬호과장은 『결국 국내자동차업계로서는 전자등 유관산업과의 유기적이고 총체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길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별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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