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내전 개입… 프랑스, 철군 놓고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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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라크 주권의 조속한 이양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미국과 비슷한 '가슴앓이'를 겪고 있다.

옛 식민지인 코트디부아르의 내전 종식을 위해 4천명의 병력을 일방적으로 파견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주민의 적대감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내란이 발생한 코트디부아르에선 프랑스의 개입으로 올 3월 정부와 반군, 각 정파가 참여한 국민화합정부가 구성됐으며 7월에는 정부군과 반군이 전쟁 종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토의 북쪽 절반은 여전히 반군이 중심이 된 신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프랑스는 양측 사이의 완충지대에서 내전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프랑스군이 불청객으로 전락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친정부 시위대 5백여명은 지난 2일 수도 아비장의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프랑스군 본부를 포위,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30일에는 일부 무장 군인이 아비장의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국을 일시 점거, 친프랑스적인 군 수뇌부의 퇴진과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은 프랑스군만 없다면 단시일 내에 반군을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군 측은 그들대로 지난 9월 돌연 정부 참여를 유보한다고 선언, 프랑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미셸 알리오마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2일 프랑스군의 병력 증강이나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 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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