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법인식이 민주화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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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법을 통한 민주화」논의가 활발하다.
체제를 부정하고 법을 무시하는 민주화가 아니라 법을 바로 알고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제대로 확보하고 향유하자는 주장이다.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원장 이장희)은 10일 오전9시 인천송도비치호텔에서 민주화를 위한 법과 언론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기 위한 학술워크숍을 갖는다.
주제발표자인 한상범교수(동국대)는 「한국 민주화를 위한 법의 역할」이란 글에서 국민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저항권을 내세우며 사회단체의 법개정을 위한 압력활동을 주장한다.
한교수는 『법은 권력층의 통치수단이 아니라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권력남용방지장치며,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는 「저항권의 논리」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저항권의 행사를 위해 가장 먼저 시민의 정보청구권, 알 권리의 보장이 선행되어야하며 개인의 사사로운 정보까지 행정전산망에 입력되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보장은 물론 잘못 입력된 정보에 대한 정정청구권도 법을 통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보공개와 함께 보장되어야하는 것이 국민들의 참여활동이다. 결사의 자유보장을 위해 현행 교원과 일반공무원의 결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제한은 재검토돼야한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기능을 위해 대법관임명과정에 국회청문회절차를 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등이다.
정치활동의 공정한 「게임룰」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국가보안법·선거관계법·정치자금법등의 개정이다. 국가보안법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탄압도구로 악용돼 왔으며, 선거법과 정치자금법도 소수정치세력의 활동을 가로막아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교수는 법을 통한 「민주화」의 숙제를 개인보다 사회단체단위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정당이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변호사협회등 인권단체와 소비자보호운동단체등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 법개정청원활동을 벌여야한다는 것이다.
양승두교수(연세대)는 최근 간행된 박병호교수환갑기념 『한국법사학논총』에 기고한 논문 「한국인의 법의식에 관한 고찰」에서 『민주화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법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했다.
양교수는 『국민들의 법에 대한 소극적·부정적 인식이 민주사회, 곧 법이 지배하는 사회 건설을 가로막고 있다』며 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법학교육의 혁신이 우선 지적됐다.
사법시험준비용으로 왜곡된 대학의 법학교육은 인간과 사회를 연관시키는 교육으로 바뀌어야하며, 초·중등과정에서도 실증법 해석보다 제도로서 법의 기능을 이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법에 대한 규탄보다 『법은 속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며, 지키는 것이 모두의 이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적극적 시민교육이 있어야한다고 지적됐다.
양교수는 이밖에 ▲법제정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입법절차중 공청회·청문회를 필수화하고 ▲침해당한 권익을 조속히 구제할수 있도록 법률자문·상담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제도등이 필요하며 ▲특히 법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정치문제를 법으로 통제하려는 사회지도층의 그릇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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