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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189 - 찝찝한(?)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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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노총각 선배 한 사람이 해외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갈 때만 해도 즐거웠죠. 그런데 비행기에서 눈 덮힌 산들을 내려다보며 감탄하던 중 갑자기 전기다리미 선을 꽂아 놓은 채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때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집에 아무도 없으니 확인할 수도 없고 찝찝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귀국해 부랴부랴 집에 가보니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더군요."

위 글에는 우리가 흔히 잘못 쓰기 쉬운 낱말들이 있습니다.

우선 '덮다'의 피동사는 '덮히다'가 아니라 '덮이다'입니다. 따라서 '눈 덮힌 산'이 아니라 '눈 덮인 산'으로 써야 합니다. "산 정상 부근이 하얀 억새꽃으로 덮혔다"의 경우도 '덮였다'가 맞겠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경우도 '덮여서'가 맞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라는 뜻으로 '찝찝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지만 언제 물을 갈아넣었는지 알 수 없어 마실 때마다 기분이 찝찝하다" "영업사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계약을 했지만 뭔가 찝찝하다" "맘에 안 드는 선물을 사서 찝찝하다. 받는 사람은 어떨까"같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찝찝하다'란 말은 속어입니다. 속어는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입니다. 따라서 이런 말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 예문의 '찝찝하다'는 모두 '찜찜하다'로 바꿔 쓰면 됩니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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