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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혼'말고 '비혼'이라고 불러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언니네트워크측은 10일 열리는 제1회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 축제에 참가하는 비혼여성들에게 붉은 색 코사지를 달아줄 예정이다.

게임 캐릭터 업체에서 일하는 싱글족 김연희(29)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때마다 미혼과 기혼을 체크하는 공간에 불쾌함을 느낀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결혼 생각이 없는' 김씨는 "자신은 미혼도 기혼도 아닌 비혼"이라고 주장했다.

외국계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임정민(34) 차장은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양을 포기해야 했다. 임씨는 "비혼 여성이 입양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고 입양 신청시 좋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음'으로 인한 차별이 불합리하다는 문제의식을 화두로 비혼 여성만의 축제가 열린다. 여성단체 언니네트워크는 오는 10일 종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제 1회 '비혼, 꽃이 피었습니다'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언니네트워크의 운영위원 이진주(24)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비혼을 이유로 겪어야 하는 차별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비혼은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산.입양.양육 전반에 걸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으며 대출.주택청약 등 경제적인 면에서도 배제돼 왔다는 것이 언니네트워크 측 설명이다. 이 위원은 "누구나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진다"며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숙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는 편견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이번 행사에서 이들은 비혼의 통과의례인 비혼식, 비혼축가 부르기, 비혼선언문 낭독 등 부대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용어설명]

※비혼(非婚) : 대안적으로 통용되는 말로 '아직 결혼하지 않음'을 뜻하는 미혼(未婚)과 달리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의 의지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에는 남녀를 포함한 독신주의자, 동성애자 등이 해당된다.

비혼 선언문

우리는 비혼 여성입니다. 결혼을 하지 못한 미혼여성이 아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선택한 비혼여성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립된 섬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독점하는 결혼제도, 작은 가족단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꿉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활방식으로 살아나가며, 다름이 문제가 아닌 더 큰 힘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려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가장 나다운 방식으로 멋지게 살아나갈 것이며, 비혼 차별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비혼 여성임을 자랑스레, 끊임없이 선포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자유를 열망하는 이들의 떠들썩한 축복과 함께! 비혼으로 함께 또 홀로 잘 살겠노라고 신성하게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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