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시킬 공무원' 후보 다음달 270여명 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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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철밥통' 공무원을 없애고 일 열심히 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한 서울시의 인사혁신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다음달 중으로 올 상반기 정기인사 대상(9000여 명)의 3%인 270여 명을 퇴출할 후보로 선정하겠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 한국영 인사과장은 "일을 게을리하는 직원을 현장시정추진단에 보내고 이후에도 업무 태도가 나아지지 않으면 퇴출할 것"이라며 "퇴출 후보 명단을 다음달께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38개 실.국장 및 사업소장에게 6급 이하 직원의 3% 범위 안에서 퇴출 후보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명단에는 간부급인 5급 사무관 1명도 의무적으로 포함된다. 서울시는 이런 혁신 인사를 매년 상.하반기 정기인사 때마다 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날 퇴출 대상 공무원의 비율과 시한을 밝히자 서울시 공직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본지 3월 2일자 2면>

◆퇴출 후보 3%=서울시가 퇴출 후보 '3%' 비율을 정한 것은 온정주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의무 비율을 정하지 않으면 실.국장들이 퇴출 후보를 적극적으로 선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할당 비율이 없으면 퇴출 대상자 결정을 꺼리기 때문에 고강도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무능 직원을 골라낼 때 정실주의로 흐를 우려를 없애기 위해 감사관실 등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해 억울한 직원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퇴출 후보들 어떻게 되나=실.국장들이 선정한 퇴출 후보 공무원들에게는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실.국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여기서 선택을 받지 못한 직원은 소명을 거쳐 다음달께 최종적으로 현장시정추진단에 소속된다. 이들은 6개월간 담배꽁초 줍기, 매연차량 단속 등의 단순 업무를 해야 한다. 서울시는 6개월 후에 재심사를 거쳐 업무 태도가 개선되지 않은 공무원은 직위해제할 계획이다. 직위해제당한 공무원은 3개월 안에 특별한 업무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면직돼 서울시를 떠나야 한다. 이번에 현장시정추진단에 포함됐다고 모두 퇴출당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권영규 행정국장은 "업무 태도가 개선되고 성과를 낸 직원들은 다시 현직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들 '충격'=서울시의 발표를 접한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시청 별관 2동 사무실에는 흔했던 잡담소리가 쏙 들어가고 정적만 감돌았다. 직원들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계단 등에 모여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3%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 믿지만 충격적인 발표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무원 노조는 현장시정추진단 도입에 반대한다는 글을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임승용 노조위원장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극단적 처방을 내 공무원의 사기를 꺾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반기는 목소리도 컸다. 한 팀장급 직원(5급)은 "1년 내내 일 안 하고 시간만 보내는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태도를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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