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이창호의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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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결승 2국>
○ . 이창호 9단● . 창하오 9단

제3보(29~40)=흑의 흐름이 좋다는 중간보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은 침착하다. 6년 전 창하오는 조훈현 9단과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격돌해 1국을 이겼고 2국 또한 대우세의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연거푸 실수가 등장하며 기어이 역전패를 당했고 3국마저 져 결국 1대2 패배. 그런 악몽을 중국은 수없이 겪어 왔다. 이제 그들은 결코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지 않는다.

A로 나가 끊는 대신 창하오는 29로 기는 쪽을 택했다. 주위의 병력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절에 간 색시처럼 고분고분하다. 한데 묘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반발하면 백도 탄력을 얻게 됩니다. 그냥 기어버리니까 백이 오히려 답답하군요."

조한승 9단의 표현을 보면 결국 창하오가 잘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해설에는 결코 비관적인 얘기를 올리지 않고 있지만 그의 어조로 미루어 볼 때 백의 상황은 제법 심각해 보인다. 백은 장대 같은 세력을 쌓았음에도 여전히 미생이고 뭔가 한 수로 깨끗하게 사는 수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 정도가 아닐까요"하며 조한승 9단이 제시한 수는 '참고도' 백1. 흑은 반상 최대의 좌하귀로 갈 것이고 그때 3으로 맥을 짚는 수가 가능해진다.

한데 이창호 9단의 다음 한 수가 검토실을 경악시킨다. 이 9단은 즉각 40으로 갔다. 온건한 이창호가 미생마 옆에서 강력히 싸움을 걸어간 것이다. 이창호의 기풍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강수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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