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무기 재고처분” 의혹/독일 무기수출 실태(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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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보기관 개입에 야서 책임 추궁/“파렴치한 장사속”… 도덕성에 먹칠
독일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독비밀정보기관 연방정보국(BND)보고를 인용,독일기업이 북한에 핵무기원료가 될 방사능 물질을 수출했다고 2일 보도했지만 지난달말에는 독일이 이스라엘에도 군사장비를 판매하려던 일이 밝혀져 국제분쟁을 이용해 장삿속을 챙기려는 파렴치한 행위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말 독일경찰이 적발한 소련제탱크 12대등 군사장비의 대이스라엘 밀수출기도사건은 BND에 의한 소행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대이스라엘 무기 밀수출사건은 함부르크 경찰순시선이 지난달 26일 오후 함부르크항 부두에서 이스라엘의 화물선 팔마 Ⅱ호에 선적대기중이던 14개의 컨테이너를 조사하면서 드러났다. 이스라엘의 하이파항으로 운송될 이 컨테이너에는 「농기계」라는 딱지가 붙어 있었으나 그안에서 탱크 12대와 각종 군사장비가 발견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독일의 여야는 한목소리로 진상유명과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지난달 30일 이문제로 임시회의를 열기도 했다.
특히 야당인 사민당은 이사건을 『국가가 지시한 무기밀수』라고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헬무트 콜 총리의 집권여당에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이같은 비난에 대해 이사건과 직접 관련된 BND의 콘라트 포르츠너 국장과 게르하르트 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독일국민들은 국방장관과 정보국장이 과연 이 사건을 몰랐을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소총도 아닌 탱크가 12대씩이나 어떻게 함부르크까지 무사히 수송될 수 있었으며,세관의 통관심사까지 거쳐 선적직전에 이를 때까지 어떻게 아무도 몰랐을까에 대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이 사건때문에 통일과 함께 재고로 쌓인 구동독군 무기들을 이미 외국에 상당량 밀수출했을 것이라는 의심 또한 받게돼 국가자체의 도덕성까지 의심받게 됐다.
독일은 구동독군이 보유했던 약 5백억마르크(약 22조원)어치의 막대한 군사장비중 탱크나 항공기등 전투장비의 대부분을 고철로 썩을 때까지 보관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걸프전발발직후 독일기업이 이라크에 화학무기원료 및 스커드 미사일 개량기술 등을 판매한 사실이 밝혀진적도 있어 「죽음의 상인」이 활개치는 나라라는 국가체면의 손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마드리드 중동평화회의 참석을 반대하는 이스라엘강경파가 아랍측을 자극,이번 회의의 성공을 방해하기 위해 이같은 사건을 고의로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독일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외의 비난을 면치못하게 됐다. 이 사건은 또 최근 독일인들 사이에 계속 확산되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 및 외국인에 대한 테러와 맞물려 대외적으로 「어글리 저먼」(추한 독일인)이미지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베를린 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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