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갈라놓은 주차전쟁(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치열한 주차전쟁이 멀리 사는 친인척보다 가까웠던 이웃사촌의 정을 매몰차게 끊어버렸다.
31일 오후7시 서울 잠실5동 주공아파트507동 주차장입구에는 큼지막한 「외부차량주차금지」 간판을 배경으로 두툼한 겨울파카차림의 중년부인 2명이 손전등까지 들고 길건너 515동 주민차량의 주차를 삼엄하게 지켜서고 있었다.
『아무리 인심이 야박해졌기로서니 이럴수가 있습니까.』
주차를 봉쇄당한 515동 주민 강모씨(45·회사원)는 매정한 인심을 주차장 부족탓으로 돌릴수밖에 없었다.
주차문제를 놓고 이웃사촌인 옆동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25일 507동 반상회에서 이웃 515동 차량의 주차를 「전면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모두 60가구에 50여대의 차량을 보유한 이웃 515동 주민들은 14년전 이 아파트가 건립될 당시 단지내에서 유일하게 주차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이중 20여대의 차량이 몇년째 507동 주차장을 무허가 「임대주차(?)」해온 처지였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차난이 심해지면서 1백50가구에 1백30여대의 차량을 갖고있는 507동 주민들에게는 67대의 주차면적뿐인 자신들의 주차장에 진입해있는 이웃사촌의 차량에 불만감이 싹터왔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워놓고 가는 바람에 아침에 차를 못빼도 같은 동이 아니라 연락할 수도 없어요.』『차량파손을 감시해주는 경비원들에게 간식값을 모아줄때는 모른척하면서 로열박스만 골라 얌체주차를 한답니다.』
507동 주민들은 반상회결정에 따라 퇴근차량이 밀려드는 오후6시부터 매시간 2명의 당번주부를 고정배치,「검문」을 하고있다.
『10년동안 이곳에 주차해 왔는데 아무 말이 없다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돌변할 수 있습니까.』
515동 주민 권모씨(52)는 『애써 내집마련 해놓고보니 이제 주차장없는 설움을 당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