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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씨감자 농장…기아 해결 부푼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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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남북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씨감자 생산사업이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온실에서 수경재배로 생산된 우량 씨감자들을 농장에 직접 심을 예정이다. 본사 이재학 국제부장이 최근 평양과 평북 정주에 있는 씨감자 생산농장을 방문했다.[편집자]

"일회성의 도움이 아니라 자력갱생의 길을 북남이 함께 열어간다는 데에 가슴이 벅찹니다."

최근 평북 정주에 있는 씨감자 수경재배농장에서 만난 이일섭 북한 농업과학원 대외과학기술교류처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 자신감은 2006년부터는 식량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에 토대를 둔 것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은 4백15만t으로 예년보다는 많으나, 내년 수요량에 비해 1백여만t이 부족하다. 이처럼 만성적 식량부족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이 대북(對北)지원 비정부기구(NGO) 중의 하나인 월드비전의 지원에 힘입어 씨감자 생산을 통한 식량난 해소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감자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이다. 농업과학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고산지대가 많고 일조량이 적은 북한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할 때 옥수수보다는 감자를 생산하는 게 낫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감자생산량은 4만정보에서 연간 40만t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좋은 감자의 씨눈을 잘라 심는 방법으로는 1정보당 10t을 생산하기도 버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감자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기 위해서는 배추나 무씨처럼 심을 수 있는 씨감자를 수입할 것을 검토했으나, 경제사정상 이를 포기했다. 동행했던 월드비전 관계자에 따르면 씨감자의 국제시장 가격이 20kg당 10달러여서 북한의 감자경작지인 20만정보에 심으려면 매년 1억5천만달러가 소요된다는 것.

그러다 북한에서 국수공장을 세우는 등 북한이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오던 월드비전이 2000년 북한에 수경재배 방법으로 씨감자를 생산하자는 안을 제의했고, 북한이 이를 수락했다. 이에 따라 이미 북한의 만경대와 두루섬의 협동농장에서 대규모 수경재배 농장을 세운 경험이 있는 월드비전의 김은각 농업자문관과 서울시립대의 이용범.이부일 교수, 농촌진흥청의 함영일 박사 등이 팀을 이뤄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기술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까지 평양의 농업과학원을 비롯한 5개 지역에 씨감자 생산을 위한 수경재배실이 만들어졌다. 북한은 이곳에서 나오는 씨감자를 내년부터 2006년까지 모두 20만정보의 감자재배 지역에 뿌릴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1정보당 20t이상으로 생산량이 늘어 4백만t까지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씨감자를 일반 노지에 심을 경우 소요되는 비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과제가 남아있다. 이용범 교수는 "연간 5만t에서 10만t가량의 비료가 추가로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박창민 월드비전 사업본부장은 "처음 몇차례 감자를 심고 수확을 하는 과정에서 돼지를 키우고 유기비료까지 자체생산하는 과정을 이루기까지 초기의 비료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양=이재학 기자ljh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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