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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州 고분 6기 발굴] 잠자던 1600년전 백제의 환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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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천6백년 전 백제 토착 세력의 규모를 보여주는 유물이 대거 발굴돼 고고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소재 묘실에서 발굴된 유물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백제 금동 신발과 금동 관모다. 지금까지 금동 신발은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두 켤레와 익산 입점리 1호 석실분 출토 한 켤레, 나주 복암리 3호분 출토 한 켤레만이 확실한 발굴품으로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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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에는 백제 유물로 생각되는 금동 신발이 각각 한 켤레 및 한짝이 소장돼 있으나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구입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 법천리 고분군 제4호 석실분에서는 금동 신발 일부 조각만 확인됐다.

금동 관모의 경우 익산 입점리 고분, 나주 신촌리 9호분 을관(乙棺) 출토품이 있다. 천안 용원리 고분에서는 아주 작은 조각만이 확인됐다. 충남대 고고학과 박순발 교수는 "서기 475년 백제가 도읍을 한성에서 공주로 옮기기 이전에 이미 금동 관모와 금동 신발을 사용할 만큼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무령왕릉이 발굴 3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새로운 연구자료를 제공하듯 수촌리 고분도 그에 못지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무령왕릉에서는 지석과 왕.왕비의 금제 관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물이 발견된 바 있다.

금동 신발은 세력가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나주 복암리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이 대표적이다. 이 고분은 3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금동신에서 주목할 점은 물고기 문양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쌍어문이라고 해서 물고기 두 마리를 지배층의 무덤에 새겼다고 한다. 이 물고기가 달린 금동신은 일본에서도 출토된 적이 있는데 이번 출토 신발에서도 이 문양이 나올지에 전문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동 관모.금동 신발과 일습으로 발굴된 환두대도(둥근 고리가 달린 큰 칼)도 관심을 끄는 유물로 꼽힌다. 환두대도는 단순한 무기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정치권력의 의미도 가지기 때문에 손잡이와 칼집 등에 매우 화려한 장식을 해 신분적 상징의 의장품으로 애용됐다. 둥근 고리 부분의 장식이 사회적 서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금동 관모는 익산 입점리.신촌리 출토품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리.신촌리 관모는 물고기 비늘 모양을 안에서 밖으로 향해 눌러 찍은 문양이다. 이런 문양 내기 방법은 일본 후나야마(船山)고분 출토품과도 일치한다. 중국제 계수호(닭머리 모양의 도자기)도 피장자의 신분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물이다.

박정호.홍수현 기자

<출토된 주요 유물>

◇1지구(1000평)

▶유구:청동기시대 주거지 1기, 초기 철기시대 토광묘 1기, 백제시대 토광묘 2기, 백제 또는 통일신라시대 석곽묘 및 석실묘 12기, 백제시대 수혈유구 2기, 고려 또는 조선시대 토광묘 13기 등 총 30여기

▶유물:청동기 5점(검.검파두식.모.사.착), 청동기시대 토기류, 초기 철기시대 토기류(점토대토기.흑도장경호), 백제시대 토기류

◇2지구(300평)

▶유구:백제시대 토광묘 2기, 백제시대 석실분 3기, 백제시대 석곽묘 1기 등 총 6기

▶유물:금동관 2점, 금동 신발 3켤레, 환두대도 3점, 금제이식, 곡옥, 관옥, 금동과대 1점, 마구류(호등.재갈), 중국제 청자 3점, 중국제 유개청자사이호 1점, 백제시대 완형토기 20여점, 관정 및 꺾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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