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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교과서 기본 개념부터 정확히 이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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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치러진 서울대 모의 논술고사에서 자연계를 지원한 학생들이 오픈북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2008학년도에 본격 도입되는 자연계 논술을 둘러싸고 난이도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달 치러진 서울대와 연세대 모의 논술고사의 자연계 논술 문제를 놓고,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면 무난히 풀 수 있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어렵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출제 방향이 제시된 만큼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과 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되 과학적 탐구와 수리적 사고를 통합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학 모의고사에 나타난 자연계 논술의 성격과 대비법을 알아본다.

◆자연계 논술 문제 분석=서울대는 지난해 발표한 예시문항과 마찬가지로 과학과 수리적 요소를 통합했고 제시문에 교과서 내용을 많이 담았다. 곰TV 이범 교육총괄 이사는 "서울대 자연계 논술은 단순히 암기한 지식으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문제였다"며 "대학이 늘 얘기해 온 것처럼 수리.과학적 사고 능력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계 학생들의 선택 과목인 과학Ⅱ의 내용이 이번 문제에 많이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태양계의 질량 분포에 대해 추론하라'고 한 문항3과 '피페린과 캡사이신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논하라'고 한 문항4는 각각 물리Ⅱ와 화학Ⅱ를 공부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연세대 논술은 언어와 수리를 결합한 지난해 예시문항의 형태에서 벗어나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서울대 유형과 유사하다는 평이다. 1318 진대현 과학논술 팀장은 "연세대 문제는 지문을 교과서에서 발췌하진 않았지만 여러 교과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특히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문항과 알고리즘과 관련된 문항은 풀이형이 아니라 검증형이어서 학생들이 당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연계 논술 대비법=입시 전문가들은 자연계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학과 과학 교과서의 기본 개념부터 정확하게 이해하라고 권했다. 그렇다고 교과서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은 금물이다. 교과서 내용 자체가 제시문으로 발췌될 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아예 시험장에서 볼 수 있는 '오픈 북' 도입도 적극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암고 이효근(과학) 교사는 "교과서의 전체 구도를 파악하고 주요 개념의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자연현상이나 일상 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례와 교과서의 개념을 접목해 보는 습관을 들여 보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솜사탕은 있는데 솜소금은 왜 없는지, 해리포터가 밀걸레가 아니라 빗자루를 타는 이유가 뭔지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 보라는 말이다. 그는 또 "교과서의 기본 원리를 익혔으면 좀 어렵더라도 관련 기출문제와 연결해 봐야 학습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레카논술아카데미 이정록 과학 대표강사는 "두 대학의 자연계 논술 모의고사는 그동안 구술 면접에서 꾸준히 나왔던 과학 분야의 고전적 주제를 물었다"며 "단골로 출제되는 주제를 추린 뒤 원리와 이론이 생성된 배경, 적용되는 사례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년별 준비 요령=자연계 논술은 학년별 수준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1학년 때는 과학의 기본 지식을 차분히 쌓아야 한다. 탐구 과정, 실험 설계, 과학적 방법론을 익히면서 과학 교양 도서를 꾸준히 읽어 두라는 것이다.

이정록 강사는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과학 원리를 설명해 주는 책을 골라 읽으면서 친구들과 토론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2~3년 전의 과학 이슈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과학 뉴스를 챙겨 읽거나 관련 잡지를 구독해 보라"고 권했다.

2학년은 교과 지식을 심화시키는 기간으로 삼으라고 주문한다. 1학년 때 익혀 둔 과학의 기본 개념을 교과서의 내용과 연계해 공부하면 내신과 수능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3학년은 지망 대학의 기출문제를 한 주에 두세 편 정도 꾸준히 풀어 보면서 감을 잡아야 한다. 경기과학고 민진선(생물) 교사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에서 공통으로 다루는 주제를 골라 핵심 원리를 비교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계 논술문 작성법도 미리 익혀 둬야 한다. 우선 자연계 학생들은 문장 수업부터 하는 게 좋다. 주어와 서술어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학 채점자들의 귀띔이다. 그렇다고 서론-본론-결론 형식의 글쓰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본론 중심의 글을 쓰면서 논리적인 추론 과정, 문제 해결 과정을 남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주면 된다. 따라서 문제가 요구하는 대로 기호나 수식을 말로 조리 있게 풀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주의할 것은 예시 답안을 눈으로만 줄줄 읽어 내려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직접 손으로 써 보거나 말로 설명해 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서술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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