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피 안묻은것도 의혹/국교생살해 방화/수사전문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흉기로 찔렀다면 피 튀는게 상식”/「자백」뿐인데 현장검증조차 안해/검찰,미비점이 많아 직접 재수사
서울 마포 국교생 피살·방화사건은 자백이외의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현장검증조차 하지 않는등 범죄와의 전쟁 1년을 맞아 사건해결을 서두르는 바람에 경찰의 초동수사가 지극히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나 엄밀한 재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한편 사건을 송치받은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25일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미비점이 많이 발견돼 검찰이 전면 재수사키로 했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또 대검은 24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서울 서부지청에 지시했다.
◇증거부실=경찰은 숨진 미경양(9·국교3)의 오빠 권모군(10·국교4)을 범인이라고 발표하며 『권군이 부엌에 있던 식칼로 도망다니는 미경양의 복부를 찔러 살해한 후 미경양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범행은폐를 위해 이불을 덮고 불을 질렀다』고 밝혔으나 이 경우 가장 직접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는 권군의 옷등에 피가 묻어있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더구나 식칼은 방안 TV세트의 광주리에 놓여있어 칼로 찌르고 뽑을 경우 피가 많이 튀었어야 한다는게 수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감정의뢰한 권군의 옷에서는 피가 발견되지 않았고 다만 바짓가랑이에 혈흔으로 보이나 감정이 불가능한 점모양의 혈흔양성반응이 나타났을 정도였다.
수사전문가인 이삼재 수사간부연수소 부소장은 『피해자가 반항하면 대부분 많은 피가 튀게 된다』고 말하고 『혈액형이나 지문 등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소량의 혈흔이 검출된 것만으로는 권군이 찔렀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인=경찰은 미경양이 칼에 찔려 살해된 후 불탔다고 발표했으나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인을 질식사로 통보해 혼선을 빚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숨진 미경양의 기도에 괸 가스를 측정한 결과 연기에 의한 질식사는 아니라고 밝혔으며 설골이 부러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손으로 목을 졸라 숨진 것도 아닐 것으로 추정,사인에 혼선을 빚고 있다.
◇현장검증=경찰은 강력사건 범인 검거의 경우 가장 기초적인 증거보강과정인 현장검증조차 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권군을 범인으로 검거했지만 권군의 자백이외엔 전혀 물증이 없으면서도 현장검증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사를 맡은 마포경찰서 수사간부는 『권군이 범행을 자백한데다 형사미성년자로 재판을 받지않기 때문에 별도의 증거가 필요없을 것으로 생각,현장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